'푸틴 정적' 나발니 마지막 영상…"판사, 영치금 보충해달라"

모친 "사망 나흘 전 감옥 면회서 건강했다"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47)는 사망 하루 전날 찍힌 마지막 영상에서 초췌한 표정에도 특유의 냉소적 농담을 던질 수 있을 정도로 심신이 병약한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17일(현지시간) CNN방송, 로이터통신 등 서방 주요 언론에 따르면 사망 하루 전인 15일 촬영된 마지막 영상에서 검은색 죄수복을 입은 나발니는 특유의 비꼬는 말투에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나발니는 러시아 최북단 시베리아 하프마을에 위치한 IK-3 교도소에서 화상을 통해 600km 떨어진 서부 도시 블라디미르의 판사와 화상 회의를 하는 촬영 영상에서 모습을 보였다.

1960년대 옛 소련 강제노동수용소 시설의 일부로 들어선 러시아 제3교도소는 ‘북극 늑대 유형지’라는 별명까지 붙을 만큼 혹독한 것으로 악명이 높다. 흉악범들이 수용돼 있고 겨울철에는 영하 30도 안팎의 추위를 견뎌야 한다.

나발니는 영상 건너편의 판사에게 "거액의 연방판사 연봉을 받으니 내 (죄수) 계좌를 보충해 달라"고 말하며 창살 뒤에서 비꼬는 듯한 웃음을 지었다.

나발니의 모친 류드밀라(69) 역시 아들이 최근까지 아픈 징후가 없었다고 밝혔다. 모친은 아들 사망소식을 접한 16일 저녁 페이스북에 "2월 12일 감옥에서 그를 봤다"며 "건강하게 살아 있었고 낙관적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지막 영상 다음날인 16일 나발니가 산책 후 실신해 쓰러졌고 " 심폐소생술"에도 2시간 후 사망 선고를 받았고 사망 원인은 "확인 중"이라고 교도소 측은 밝혔다.

국영 RT텔레비전은 그가 혈전을 앓고 있었다고 보도했지만 러시아 정부는 아직 유가족에게 시신을 인계하지 않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나발니 모친 류드밀라는 17일 영하 30도의 혹한을 무릅쓰고 아들이 숨진 방문했고 그 자리에서 사망 원인이 "돌연사 증후군"이라고 들었다.

나발니의 대변인 키라 야르미쉬는 나발니의 사망시간이 2월 16일 오후 2시17분이라고 명시된 공식 사망 통지서를 받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나발니의 시신이 어디 있는지도 불분명한 상황이다. 모친 류드밀라는 시신이 교도소 인근 마을 살레카드로 옮겨졌다는 말을 들었지만 마을 병원 영안실은 이미 문을 닫았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나발니는 3년 넘게 러시아의 여러 감옥에 갇혀 있었는데, 감방에 계속 밝은 빛이 들어와 발이 마비될 정도로 심한 허리 통증과 '불면증을 동반한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수감 기간 37개월 중 296일을 콘크리트 감방의 독방에 갇혀 지냈는데, 낮에는 누울 수 없고 14cm 높이의 등받이 없는 벤치에만 앉을 수 있었다고 그의 변호사는 말했다.

인권 단체인 오비디인포는 "나발니는 계획된 살인, 조직적으로 실행된 살인, 러시아 국가가 책임져야 할 살인의 결과로 사망했다"며 "독살이나 다른 폭력적인 방법으로 그를 죽일 필요는 없으며 기다리기만 하면 됐다"고 규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서방 지도자들은 나발니의 용기에 경의를 표하며 증거를 인용하지 않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나발니의 사망에 책임이 있다고 비난했다.

나발니는 푸틴 대통령은 물론 러시아 관료들의 부정부패와 비리 의혹을 폭로한 활동가로 푸틴의 최대 정적으로 통했다.

그는 지난 2020년 8월 독극물 테러를 이겨내며 죽을 고비를 넘겼지만 이듬해 독일에서 치료를 마치고 러시아로 귀국해 즉각 체포돼 30년 이상의 형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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