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개 상고대 절경에 그저 감탄만"…겨울왕국 그 자체 야마가타를 가다

일본의 숨은 겨울 여행지…2월 중순에도 '순백의 설국'

해발 1600m 위 수천 개의 상고대 절정…한국인 찾아보기 어려워


2월 중순, 일본 도호쿠(東北) 지역 '야마가타'는 여전히 순백의 눈으로 덮여 있었다.

요즘 일본 겨울여행으로 최북단 홋카이도를 많이 떠난다고 하지만, 고요한 풍경 속에서 오로지 '눈'(雪)을 집중적으로 즐기고 싶다면 도호쿠로 떠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도호쿠, 특히 한국의 동해와 면한 서쪽 산간 지역은 대설 지역으로 유명하다.

소설 설국(雪國)의 배경인 '니가타'를 비롯해 '아오모리', '아키타', '야마가타'가 대표적인 지역이다. 모두 겨울이 절정에 치닫는 2월이면 평균 3~4m 이상의 눈이 쌓여 건물 지붕마다 두꺼운 생크림을 발라 놓은 듯 동화 속 풍경이 이어진다.

그중에서도 한국인은 아직 모르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곳인 '야마가타'를 찾았다.

도쿄역에서 야마가타역까지 신칸센으로 약 2시간 30분 걸린다© News1  
도쿄역에서 야마가타역까지 신칸센으로 약 2시간 30분 걸린다© News1  



 2월 중순에도 하얀 눈으로 쌓인 야마가타© News1  
 2월 중순에도 하얀 눈으로 쌓인 야마가타© News1  


◇ 도쿄에서 2시간 반…창밖은 어느새 '설국'

야마가타는 도쿄에서 동북쪽으로 약 350㎞ 떨어져 있다. 서울에서 여수까지 거리다. 가장 가기 쉬운 방법은 고속 열차인 신칸센이나 항공을 이용하면 된다.

한층 낭만에 젖어들고 싶다면 신칸센을 추천한다. 현지 사람들을 따라 산 에키벤(역에서 파는 도시락)을 먹으면서 차창 밖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2시간 30분이란 이동 시간이 지루할 틈이 없다.

2월에도 10도를 웃도는 도쿄를 지나, 차창 풍경이 서서히 하얀 눈으로 덮이기 시작하면 야마가타와 가까워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셀 수 없이 많은 야마가타의 상고대© News1  
셀 수 없이 많은 야마가타의 상고대© News1  



공룡 형체와 닮은 상고대© News1
공룡 형체와 닮은 상고대© News1


◇ 120분의 기다림 끝에 만난 '하얀 괴물'

어느 지역마다 '믿고 가는 관광지'를 홍보 포스터에 떡하니 걸어 놓는데 야마가타에선 '자오 온천 스키장'이 그런 존재다.

'자오 온천 스키장'은 해발 1600m에 이르는 '자오' 산맥에 자리한 스키장인데 이곳엔 매년 겨울이면 눈으로 빚은 으스스한 '스노 괴물'들이 수백, 수천개가 등장한다.

스노 몬스터는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서리가 나무에 들러붙어 얼어붙는 현상인 '상고대'이다. 이곳이 유명한 이유는 시베리아 찬바람과 대량의 눈에 의해 발생한 덕에 크기도 숫자도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스키와 보드 외에도 스노슈잉(눈밭 걷기)도 할 수 있다© News1 



자오 로프웨이 탑승장. 일본 내국인들과 중화권 및 서양권 관광객들이 몰려 2월 중순 평일에도 평균 2시간 정도의 대기시간을 감수해야 한다. 단 한명의 한국인도 볼 수 없었다.© News1  
자오 로프웨이 탑승장. 일본 내국인들과 중화권 및 서양권 관광객들이 몰려 2월 중순 평일에도 평균 2시간 정도의 대기시간을 감수해야 한다. 단 한명의 한국인도 볼 수 없었다.© News1  


스노 몬스터를 볼 수 있는 방법은 '자오 온천 스키장'에서 운영하는 로프웨이(케이블카)에 탑승하면 된다. 자오 로프웨이는 탑승장(해발 855m)을 시작으로 수빙고원역(발 1331m)을 거쳐 최종 지조산정역(1661m)까지 오른다. 총 17분 정도 걸리는 데 문제는 대기 시간이다.

스노 몬스터가 절정을 이루는 2월 중순엔 로프웨이 탑승하기까지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소요된다. 탑승권은 인터넷으로 미리 예매할 수 있지만, 탑승을 빨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로프웨이에 탑승하면 탑승객들은 저마다 사진 찍기 바쁘다© News1  
로프웨이에 탑승하면 탑승객들은 저마다 사진 찍기 바쁘다© News1  



종점 로프웨이역에 자리한 카페 겸 레스토랑© News1  
종점 로프웨이역에 자리한 카페 겸 레스토랑© News1  


기나긴 기다림 끝에 로프웨이에 오르면 대기 시간의 고생은 싹 잊은 듯 풍경에 넋을 놓고 만다.

해발 고도가 높아지기 시작하면 쭉쭉 뻗은 나무 위에 쌓인 눈덩이의 규모가 달라진다. 수빙고원역까지는 눈덩이가 살포시 얹혀 있다면, 종점에 다가올수록 흰 거대 괴물에게 먹힌 듯 눈으로 뒤덮여 나무의 형체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둘러보는 시간은 자유롭다. 다만, 워낙 눈보라도 심하고 쌓여 있는 눈이 깊기 때문에 걷는데 주의해야 한다. 로프웨이 역 안에는 카페 겸 레스토랑도 있어 따뜻하게 몸을 녹이며 창문을 통해 풍경도 감상할 수 있다.

로프웨이는 주간뿐만 아니라 스노 괴물 주변을 조명으로 꾸며 놓아 야간에도 운행한다.

높이 2.34m의 지장존 좌상. 눈에 덮여 상체만 보인다© News1  
높이 2.34m의 지장존 좌상. 눈에 덮여 상체만 보인다© News1  



정상에서 스키를 탈 채비를 하는 스키어들© News1 
정상에서 스키를 탈 채비를 하는 스키어들© News1 



스노 몬스터 사이를 활강하는 스키어 및 보더들의 모습© News1  


◇ 스키어, 꿈의 무대를 만나다

만약 스키나 스노보드를 탈 줄 안다면 스노 몬스터만 보고 돌아오기 아쉬울 수 있다. 로프웨이를 오르다 보면 마치 '불멍'하듯 스노 몬스터 사이를 아찔하게 활강하는 스키어들을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된다.

자오 온천 스키장은 일본에서 손꼽히는 스키장이다. 한국에서 많지 않은 스키 애호가들에게 야마가타가 알려져 있는데 그 이유도 이 스키장 때문이다.

천연 눈으로 이뤄진 최상의 설질은 물론 다양한 코스를 자랑한다. 305헥타르에 이르는 광활한 부지에 14개 슬로프, 12개 코스가 있다.

가장 긴 코스는 산 정상에 있는 스노 몬스터의 영토에서 시작하며 약 10㎞ 길이다. 워낙 코스가 많아서인지 스키를 즐기는 이들의 연령대는 어린아이부터 어림잡아 60~70대 되어 보이는 중장년층까지 다양했다. 스키 시즌은 보통 12월 초에 시작해 눈 상태에 따라 5월 초순경에 끝난다.

참고로 스키 장비를 챙겨가지 않아도 문제는 없다. 스키장 주변에 늘어서 있는 장비 대여숍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구로 5층 석탑© News1 
하구로 5층 석탑© News1 



산속에 사원 야마데라© News1  
산속에 사원 야마데라© News1  


◇ 야마가타, 또 다른 겨울 명소는?

야마가타 겨울은 아름다운 산사로도 유명하다. 고요하면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랑하는 곳을 꼽으면 흰 눈으로 뒤덮인 삼나무 숲속에 숨어 있는 '하구로산 오층탑'과 기암괴석 위에 지어진 '야마데라'가 있다. 두 곳 모두 겨울엔 눈이 쌓여 있기 때문에 미끄러울 수 있어 등산화나 아이젠 착용은 필수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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