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극물 테러도 이겨낸 '푸틴 정적'…러 대선 한달전 옥중 의문사
- 24-02-16
변호사 출신 알렉세이 나발니…국영기업 부정부패 폭로로 주목받아
도심시위 주도해 젊은층 지지…푸틴 '호화 궁전' 공론화후 징역 19년
4년 전 독극물 테러도 이겨낸 나발니가 오는 3월로 예정된 러시아 대선을 불과 한달 앞두고 숨진 만큼 그의 사망은 많은 의문을 낳고 있다. 나발니는 두달 전에도 행방불명됐다가 지금의 교도소로 이감된 사실이 측근을 통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변호사였던 나발니가 처음 이름을 알린 건 2010년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의 부정부패를 폭로하면서다. 주식을 대거 매입한 나발니는 비공개 회계감사 자료를 토대로 각종 횡령과 배임 혐의를 지적했고 주주 총회에도 참석해 간부들을 통렬히 비판했다.
대중들의 관심에 나발니는 자연스레 정치에 발을 담갔다. 2011년 반부패재단을 설립했고 집권여당인 '통합러시아'를 향해선 "사기꾼과 도둑놈들"이라고 힐난했다. 지지자들과 도심 시위에 나섰고, 국영 언론이 아닌 소셜미디어에 익숙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지지를 확보했다.
2013년 모스크바 시장 선거에 출마한 나발니는 크렘린궁의 지원을 받는 세르게이 쇼바닌 시장에 이어 27%의 득표율로 2위를 차지했다. 2017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러시아 총리의 호화 저택을 폭로하면서 다시금 도심 시위를 촉발했다. 이듬해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으나 러시아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부패 의혹을 받아 출마 자격을 박탈당했다.
2020년 8월에는 나발니가 독극물 테러를 당해 전 세계 이목을 끌었다. 지방 선거 지원 유세를 마친 나발니는 시베리아에서 비행기를 타고 모스크바로 가던 도중 독극물 중독 증세로 혼수상태에 빠졌고 독일 베를린에서 치료를 받아 의식을 회복했다. 병원 조사 결과 그는 소련 시대의 신경 작용제인 노비초크에 중독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2021년 1월 영상을 통해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흑해 연안에 총 13억 달러(약 1조7000억원)를 들여 초호화 비밀궁전을 지었다는 의혹을 폭로했다. 동시에 러시아 귀국을 택해 당국에 붙잡혔다. 폭로 영상은 체포를 앞두고 병원에서 녹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사기·법정 모독 등의 혐의로 도합 징역 19년을 선고받았다.
모스크바 외곽의 제6교도소(IK-6)에 수감됐던 나발니는 지난해 12월 측근들과 연락이 두절되며 행방이 묘연해졌다. 이후 행방불명 20일 만에 야말로-네네츠크주 하르프에 자리한 제3교도소(IK-3)로 이감된 사실이 측근을 통해 전해졌다. 제3교도소는 시베리아 모스크바에서 북동쪽으로 약 1900㎞ 떨어져 있으며 영하 30도를 밑도는 혹독한 추위로 악명이 높다.
푸틴 대통령의 다섯번째 대선 출마 선언 이틀 전 나발니가 행방불명되자 당시 국제앰네스티 등 인권단체들은 '야권 인사 입막음용 이감'이라고 규탄했고 서방국들은 일제히 나발니의 안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나발니는 수감된 이후에도 측근을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력히 규탄하며, 전쟁반대 캠페인을 벌여 당국을 곤혹스럽게 만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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