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하면 시가"도 이젠 옛말…기후변화에 작년 생산량 반토막

기후변화가 쿠바의 역사·국가적 상징인 시가 생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CBC뉴스에 따르면 최근 쿠바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해 장마 기간이 길어지고, 폭풍이 더 심해지면서 담배 재배 조건을 점점 더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쿠바 정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0년간 쿠바의 연평균 기온은 섭씨 0.9도 상승했다. 해수면 상승은 섬인 쿠바 해안선의 약 85%에 영향을 미쳤다.

잡지 시가 어피셔나도의 편집장 데이비드 사보나는 CNN에 "이것은 우려할 만한 사항"이라며 "날씨 문제는 시가의 품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지난 2022년 9월 허리케인 이안이 쿠바 서쪽을 할퀴며 시가 최대 생산지인 피나르 델 리오 지방의 담배 보관 창고 중 90%(약 1만 개)가 사라지기도 했다.

이 여파로 지난해 피나르 델 리오 지방은 담배 수확량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며 역사상 최악의 수확기를 보내야 했다.

산 후안 마르티네즈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헥토르 루이스 프레토는 "기후변화는 현실이 됐다"며 "문제는 우리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 변화로 인해 우리의 삶이 끝나는 것을 볼 수는 없으며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담배 재배 농민들은 바람과 비를 더 잘 견디도록 하기 위해 담배 건조실을 목재 대신 금속 지붕으로 바꾸는 등 노력을 이어 왔다.

다만 기후 변화로 담배 재배 자체가 어려워지자 농민들이 옥수수, 검은콩 등 재배가 쉬운 작물로 농경지를 전환하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는 상황이다.

쿠바는 고품질의 시가를 생산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섬의 기후와 토양은 물론 몇 세대에 걸쳐 전수되는 손 기술 덕분이다.

쿠바에서 1800년대 초 최초의 시가 공장이 문을 연 뒤, 시가는 쿠바의 주요 수출품 중 하나로 등극했다. 또 시가는 스페인 농민들의 민족주의와 저항의 상장이기도 하다. 1700년대 초 스페인 식민지 통치자들이 무역 금지령을 내린 데 대해 담배 재배 농민들이 대거 봉기했기 때문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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