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시대' 웃는 두 회사…같은 듯 다른 현대차·도요타

하이브리드 판매, 역대급 실적 원동력…제네시스 하이브리드 출시 목소리

현대차 "전동화 전환 버팀목"…도요타 "또 다른 선택지"


26조7348억원, 4조9000억엔(약 43조4257억원).

지난해 현대자동차(005380)·기아(000270)의 합산 영업이익과 일본 도요타의 2023 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영업이익 전망치다.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두 완성차 업체는 전기차 시대로 향하는 길목에서 하이브리드차를 앞세워 역대급 실적을 쓰고 있다. 전기차 시장 전략은 사뭇 다르지만, 당분간 하이브리드차를 든든한 실적 버팀목으로 삼을 것이라는 점은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기아, 작년 하이브리드차 판매량 84만대…올해 90만대 넘을 듯

16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지난해 전 세계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83만9254대다. 2022년 53만3000여대보다 57% 이상 증가했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 시장까지 공통적이다. 현대차의 국내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은 2022년 8.4%에서 지난해 18.1%로 두 배 이상 늘었고, 미국(2.2%p)과 유럽(0.2%p) 역시 증가했다. 기아 역시 국내는 2022년 23.2%에서 2023년 25.6%로 확대했고, 미국도 6.7%에서 9.1%로 늘었다. 서유럽은 13.1%로 2022년과 같았다.

지난해 현대차·기아가 역대급 실적을 올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하이브리드가 있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현대차 IR담당 구자영 전무는 "하이브리드 수요는 계속해서 올라갈 것이고, 올해 약 28% 성장할 것"이라며 "올해 48만대를 판매해 전체 매출의 11%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요타는 하이브리드 기여도가 현대차·기아보다 크다. 글로벌 하이브리드 시장 선구자인 도요타는 지난해 약 340만대의 하이브리드 차량을 판매했다. 2022년 260만대보다 80만대(30.7%) 늘었다. 미야자키 요이치 도요타 수석부사장은 "2025년 하이브리드 판매 대수가 500만대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자동차의 디 올 뉴 싼타페. (현대차 제공) 2023.11.17/뉴스1
현대자동차의 디 올 뉴 싼타페. (현대차 제공) 2023.11.17/뉴스1


◇현대차·기아, 수익성 기반 하이브리드 사업 확대…제네시스도 만지작

현대차·기아는 수익성을 주목하며 하이브리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발이다.

현대차는 기존 1.6터보 가솔린 엔진 기반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이어 보다 강력한 2.5터보 가솔린 엔진 기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현재 개발 막바지 단계로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 출시 예정인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모델에 처음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브리드는 일반 내연기관 대비 30% 이상의 연비 개선 효과를 기대하는 한편 제조사 입장에서도 전동화 수요 충족을 위한 추가 신차개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서는 올해부터 신형 싼타페 하이브리드를 판매한다. 제네시스에도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해 내년 양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제네시스가 물리적 구조가 다른 후륜구동이라는 점에서 내년 하이브리드 모델 양산은 현실적이지는 않다. 후륜구동 하이브리드보다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가 현실성이 높다. 최근 제네시스의 주요 판매처인 미국 시장의 딜러사가 PHEV 출시를 요구한 것도 이런 이유로 풀이된다.

유지웅 연구원은 "제네시스의 하이브리드 기술 채택이 확정될 경우, 유럽 시장에서 독일 프리미엄 3사의 강력한 대항마로 떠오를 수 있다"며 "자연스럽게 시장 진입이 한층 수월해져 현대차와 기아의 브랜드 입지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회장.© News1 우동명 기자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회장.© News1 우동명 기자


◇정의선 "전기차 투자 이어간다" vs 아키오 "마침내 현실 직시"

현대차그룹의 하이브리드 개발은 종착지가 아닌 전기차 시대로 넘어가는 과정이라는 시각이 짙다. 최근 글로벌 전기차 시장 수요가 둔화하면서 하이브리드 시장이 대안으로 부상하지만, 결과적으로 전기차 전환은 이뤄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큰 틀에서 전기차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운용의 묘를 살려 전기차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도요타의 시각은 다르다. 도요타는 하이브리드를 연결고리 정도가 아닌 전동화 시대의 또 다른 선택지로 삼고 있다. 도요다 아키오 회장은 지난해 10월 재팬모빌리티쇼에서 "사람들이 마침내 현실을 보고 있다"며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전략이 옳았다"고 말했다.

다른 시각에도 불구하고 하이브리드 시장은 전동화 시대에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 투자를 철회하거나 축소하고 대신 하이브리드에 눈을 돌리는 것은 당장의 수익성 때문"이라며 "일찌감치 (하이브리드 시장에) 눈을 뜬 도요타와 현대차 입장에서는 더 앞서갈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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