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쉬운 다이어트'의 유혹 "기쁨은 단 3초뿐"[일상된 마약]
- 24-02-12
'나비약'에서 시작…"약에서 깨면 현실이 괴로워 또 약 찾아"
정신병원서 6개월 감금…재활시설서 3개월째 노력중
치유·재활시설에서 3개월째 지내고 있는 보라(가명·27·여)가 기억하는 마약의 기쁨은 단 3초였다. 하지만 그 후 밀려온 고통은 지난 5년간 그의 몸과 마음을 지배했다. 목 주변과 손목에 어렴풋이 남은 흔적들이 삶의 이유를 잊은 채 방황하던 시간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미용 일을 배우던 보라가 20살에 독립하면서 세운 첫번째 목표는 다이어트였다. 또래 친구들의 평범한 바람처럼 예쁜 몸을 만들기 위해 다이어트 한약을 먹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만족이 되지 않았다. 고민을 단번에 해결해 준 것은 평소 알고 지내던 언니가 건네준 다이어트약인 일명 '나비약'이었다.
부작용은 심각했다. 잠이 오지 않자 수면제를 먹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고, 두 가지 약을 같이 먹으면서 우울증도 찾아왔다. 스스로 정신이 피폐해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참다못해 정신과를 방문해 처방전을 받아 간신히 일상생활을 유지했다.
하지만 우울감은 가시지 않았다. 괴로운 시간을 보내던 중 큰돈을 벌기 위해 유흥 업계에 발을 들였다. 그때 함께 일하던 동료가 한 남자를 소개해 줬다. 검은색 클러치백 안에 각종 마약을 지니고 다니던 그는 잠깐이라도 기분을 낫게 해준다며 엑스터시를 건넸다. 나중에 알고 보니 동료와 남자 모두 마약 전과자였다.
"이미 다이어트약을 꾸준히 복용해 와서 정신은 피폐해진 상태였어요. 기분이 좋아지고 싶었지만 만약에 이렇게까지 망가지는 줄 알았으면 손을 안 댔을지도 모르죠. 근데 아마 그때는 다른 사람이 약을 줬어도 받았을 거예요."
현실은 쉽게 잊혔다. 보라는 당시 기억 부분 부분만 생각난다고 털어놨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남자에 의해 여러 종류의 마약에 취했었고 내성이 생기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렇게 25살이 되던 해에 보라는 판매상을 소개받아 효과가 가장 세다는 필로폰을 구하게 됐다.
마약을 하던 지인들이 한명 두명 검거되자 보라는 직접 SNS를 통해 비대면 구매도 하기 시작했다.
한때 단약을 시도하기도 했다. 자취 생활을 접고 본가로 들어가 6개월 동안 일도 다 끊고 부모님의 농사를 도우며 월 200만원을 벌었다. 하지만 유흥업소에서 화려했던 생활을 누렸던 보라에게는 턱없이 적은 금액이었다. SNS는 내재된 열등감과 피해의식이 서서히 고개를 들도록 부추겼다. 사치스러웠던 시절이 그리워진 보라는 결국 돈을 더 벌기 위해 다니던 유흥업소로 돌아갔다.
본격적으로 마약에 중독된 것도 그때부터였다. 과거에 알고 지내던 지인이 구치소에서 나와 보라가 일하는 가게를 방문했다. 그 지인과 교제를 시작하면서 또 6개월간 하루도 쉬지 않고 마약을 하게 됐다. 돈을 벌면 무조건 다 약을 샀다. 약에서 깨면 현실이 괴로워 또 약을 하며 잊었다. 월세, 생활비는 당연히 부족해졌고 끌어모을 수 있는 돈은 최대한 끌어모아 위태로운 생활을 지속했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
보라를 걱정하는 사람은 결국 어머니뿐이었다. 다시 집을 나간 딸의 소식을 수소문하다가 중독 사실을 알게 됐고, 고민 끝에 그를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 하지만 금단 현상이 나타나자 금세 폭력적으로 변했고, 정신을 잃어 응급실에 실려 갈 만큼 스스로를 망가뜨렸다. 그렇게 6개월간 정신병동 감금 생활을 이어갔다.
"병원에 있을 때까지만 해도 약을 끓일 생각이 아예 없었어요. 어머니가 아시는 목사님이 병원에 와서 상담을 해주시면서 여기 시설로 옮기게 됐죠. 사실 처음에 너무 힘들어서 짐 싸고 집에 가려고 했어요. 근데 어떻게 살지 좀 뻔히 보이는 거예요. 저는 또 돈을 찾아 헤맬 거고, 해내면 또 약을 할 거고. 또 엄마가 절 보면서 불안해할 거를 생각하면 스트레스를 받더라고요. 그래서 집에 아직은 못 간다는 사실을 좀 받아들였어요."
보라는 시설에 들어오고 첫번째 약속을 지켜냈다. 바로 SNS 계정 영구 삭제였다. '계정 삭제' 버튼을 누르고 30일 동안은 로그인을 다시 하지 않아야 자동 탈퇴가 되는데, 그 기간을 견뎌냈다. 아직 불투명했지만 그는 일상을 이런 작은 성취들로 채우고 있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시애틀 뉴스/핫이슈
한인 뉴스
- [부고] 故김철수장로 부인 김영숙 권사 별세
- 타코마서미사, 부처님 오신 날 봉축법요식 거행한다
- 시애틀 김명주,박희옥 작가 시조신인문학상 수상
- KWA평생교육원, 신규개설 '스마트폰 클래스' 인기 최고(영상)
- [하이킹 정보] 시애틀산우회 27일 토요정기산행
- 시애틀지역 인기 한식당‘스톤’(Stone) 레드몬드본점 이전 신장개업했다
- 한인생활상담소 입주할 건물 공사시작됐다
- 미국서 국내선 3시간, 국제선 6시간 지연되면 자동 환불
- 한국 연예인 홍진경, 이번 주 김치홍보차 시애틀 H-마트온다
- [부고] 강화남 전 워싱턴주 밴쿠버한인회장 별세
- 한국, 40세부터 복수국적 허용 추진
- 한국학교 서북미협의회 개최 학력어휘경시대회서 5명 만점 받아
- 재미한인장학기금 올해 장학생 총 80명으로 확대
- <속보>부인 생매장하려했던 워싱턴주 한인 징역 13년 선고돼(영상)
- KAC, 한인서비스날 맞아 대전정 청소했다
- [신앙과 생활-김 준 장로] 김철훈 목사 소고(小考-1)
- [서북미 좋은 시-오인정] 복수초
- 한국 아이돌그룹, 시애틀 매리너스 경기장서 시구한다
- ‘인기짱’시애틀영사관 국적ㆍ병역설명회 개최…“선착순 접수”
- 시애틀과 대전 자매결연 35년 교류확대 추진한다
- “킹카운티 도서관 공청회에 참석하세요”
시애틀 뉴스
- 워싱턴주 ‘워킹맘’들에게 좋은 곳이다
- 벨뷰도 이젠 안전지대 아니다...할머니 BMW차량 10대들에 빼앗겨
- 시애틀 동물원, 암 걸린 하마 안락사시킨다
- 민주당 텃밭 워싱턴주 제6 연방하원 선거구 3파전 됐다
- “시애틀 다운타운 부두개선 사업에 기업들이 돈 보태는 것이 맞다”
- “민주당이 워싱턴주지사 후보로 퍼거슨만 편든다”
- 시혹스 전 쿼터백 윌슨, 벨뷰 저택 팔렸다
- 벨뷰 경전철 오늘 드디어 개통했다
- 시애틀 4월말인데 날씨 춥고 비내리고
- 워싱턴주로 그리즐리 곰이 돌아온다
- 델타소속 보잉 여객기 이륙 뒤 비상 탈출 미끄럼틀 떨어져
- 시애틀지역 펜타닐 중독 이렇게 심각하다니...아이 3명 과다복용 중태
- 마이크로소프트 예상 뛰어넘는 실적 내놨다
뉴스포커스
- 김어준 "민희진, 4000억짜리 노예가 어딨냐…천상계 얘기"
- '은퇴 콘서트' 나훈아 "북한 김정은 돼지는 혼자서 다 해…평화, 우리가 강해야"
- 민주 "尹, 이태원특별법 거부…가족 의혹 정리 요구에 답 없었다"
- 의료개혁 '공감' 민생지원금 '거부'…'가족 의혹' 대답 없었다
- 李, 종이 10장 15분 작심 발언…비공개선 85 대 15로 尹 혼자 이야기
- 尹-李 135분 회담, 소통 첫발…구체적 합의는 없었다
- 조선3사, 친환경선박 타고 릴레이 흑자전환…'저가수주 터널' 탈출
- 작년 출국금지 고액체납자 3858명…5.6조는 못 받는 세금
- "39평 5억원대, 3억 로또"…동탄2신도시 '줍줍' 2가구 나왔다
- '채상병 사건' 유재은 국방부 관리관, 사흘 만에 공수처 재소환
- 직장갑질119 "비정규직·비노조 대상 괴롭힘 정규직보다 3배 많아"
- 부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이번엔 일본산 맥주·스시로 조롱한 30대
- 4년제 대학 올해 등록금 13% 인상…1인당 연평균 3만2500원 올랐다
- 옥중 결혼 꿈꾼 무기수 5일간 휴가, 청혼 거절하자 "헛되다" 유서
- 하루 앞 다가온 영수회담…尹, '국정 돌파구' 마련할 수 있을까
- 525년의 세월을 걷다…대구 사유원에서 찾은 '치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