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교체 요구에도 노인 잔치된 美 정계…왜 젊은피 못 들어올까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생각해내지 못해 우물거리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고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과 헷갈리면서 다시 고령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11월 81세가 되어 역대 최고령 미국 대통령이 된 그는 올해 11월 대선을 겨냥해 출마했지만 너무 고령자라 미국인들을 걱정스럽게 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줄곧 사용해온 '슬리피 조'(sleepy Joe)는 나이들어 잘 졸고 피곤한 바이든의 고령을 조롱한 말이다. 그는 현재는 바이든에 대해 '사기꾼같은' '비뚤어진'이라는 '크룩트'(crooked)를 수식어로 쓴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현재 77세로, 누군가에 대해 나이를 두고 조롱해도 될 만큼 적은 나이가 아니다. 

피트 부티지지(2020년 미 대선 민주당 예비후보)나 비벡 라마스와미(2024년 미 대선 공화당 예비후보) 등의 세대 교체를 기치로 들고 나온 후보들은 매번 선거에서 힘을 못썼다. 그런데 미국은 행정부 뿐 아니라 사법부, 입법부에도 고령자들이 포진하고 있다.

82세인 미치 맥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84세인 낸시 펠로시 민주당 전 하원의장, 96세인 폴린 뉴먼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 판사 등은 나이가 문제된 전현직자들이다. 다이앤 파인스타인 민주당 상원의원은 지난해 90세로 별세하면서 미국 최고령 정치인 타이틀을 내려놨지만 척 그래슬리 공화당 상원의원이 올해 90세로 그 자리를 이었다.

2020~2022년 미국 하원의 평균 의원은 평균 시민보다 약 20세 더 많았다. 2022년 기준 미 상원의원 평균 연령은 64.7세로 매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당시 CBS뉴스 여론조사에서 미국인들은 젊은이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너무 적다고 걱정하고 있었다. 미 연방의회 의원들의 절반 이상이 베이비부머(1946~1964년생)지만 미국 전체 인구에서 베이비부머 비중은 21%에 그쳐 정치에서 청년이 극단적으로 과소대표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고령자들은 이데올로기적 경직성, 진부한 정책, 정신적·육체적 활력 미비 등 심각한 문제들을 제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미 정치판에서 고령자들이 많이 남아있게 된 걸까. 왜 변화를 외치면서도 유권자들은 다시 고령 정치인들에게 표를 주는 걸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나이 상한이 없는 것이 한 원인이다. 미국 대통령 출마 나이에 하한 제한(35세)은 있지만 상한은 없다. 상원의원은 30세 이상, 하원의원의 경우 25세 이상이 피선거권이 있지만 상한은 없다. 게다가 8년이 임기 상한인 대통령과 달리 의원들은 임기에 제한이 없어 임기를 몇번이고 반복해 할 수 있다. 미 연방법원 판사들은 되기만 하면 종신제다.

대체로 현직자를 더 선호하는 것이 유권자들의 일반적인 성향이라고 알려져 있다. 여기에 미국 사회 전체가 고령화가 되면서 동년배인 고령 후보를 더 선호하게 되어, 한번 정치판에 들어온 이들이 80세, 90세까지 남게 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2023년 1월 미국의 독립 뉴스 매체인 더컨버세이션의 한 분석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도 젊은 후보자는 나이든 후보자들에 비해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았다. 새로 창당된 정당들 경우는 대체로 젊은 의원들로 구성돼 있지만 해가 지나며 대표자들도 나이가 들고, 일부 국가에는 연공서열 문화가 있어서 일단 한 세대가 자리잡으면 세대 교체가 쉽지 않았다. 

그렇다면 왜 고령 정치인들은 왜 공직에 계속 머물고 싶어하는가. 지난해 11월 역시 더컨버세이션은 은퇴를 죽음과 동일시하는 마음, 직업이 정체성 자체가 되어버린 것, 자신만이 그 일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생각, 권력욕 등을 고령자들이 거의 죽기 직전까지 정치를 하고 싶어하는 이유로 들었다.  

최근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은 미국 대선에서는 후보들이 막대한 선거자금을 모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오랫동안 부와 인맥을 축적해야 하기에 고령자가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닛케이 역시 현재의 미국 대통령 후보군을 베이비붐 세대(바이든 경우는 바로 그 앞의 세대)라고 규정했다. 다만 닛케이는 "지난 30년 동안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지배해 왔지만 40대 청년층이 주지사로 부상하고 있어 2028년 대선에서는 반드시 세대교체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시애틀 뉴스/핫이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