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 공격에 구조요청한 가자지구 6세 소녀…12일만에 숨진채 발견

가자시티서 친척들과 피란도중 침변…구조나선 구급대원 2명도 사망

적신월사 "사전조율에도 구급대원 표적"…유가족 "딸 외침 외면당해"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공격에 구조요청을 한 6세 팔레스타인 소녀가 연락 두절된 지 12일 만에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함께 차를 타고 피란길에 오른 친척들도 변을 당했고 구조에 나선 구급대원도 사망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군 간 전쟁이 5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민간인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거듭 제기됐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적신월사는 성명을 통해 힌드 라자브(6·여)가 이날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 외곽 텔아하와 지역 주유소 인근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적신월사가 공개한 사진에는 소녀가 탔던 기아 피칸토(모닝) 차량이 총탄에 구멍이 나고 옆에 있던 구급차는 전소된 모습이 담겼다. 구급대원 2명과 힌드의 친척 5명도 모두 사망한 상태였다.

힌드와 친척들이 이스라엘군을 맞닥뜨린 건 지난달 29일이다. 차를 타고 가자시티를 벗어나던 도중 이스라엘군의 전차가 자신들의 차량에 접근하자 힌드의 10대 사촌인 라얀 하마데가 비명을 지르며 적신월사에 다급히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삼촌과 이모, 3명의 사촌이 이스라엘군의 공격에 목숨을 잃었다.

이후 홀로 살아남은 힌드는 3시간 동안 적신월사와 통화를 이어갔다. 이날 적신월사가 공개한 녹취에 따르면 당시 힌드는 울먹이며 "너무 무섭다. 제발 데리러 와달라"고 간절히 소리쳤다. 어느 순간 연락은 두절됐고 힌드마저 생을 달리했다. 적신월사 대변인은 로이터에 "구조를 나간 대원들은 마지막 교신에서 이스라엘 점령군이 레이저빔을 조준했다고 말했고 이후 우린 총소리와 폭발음을 들었다"고 전했다.

 

적신월사는 이날 성명에서 "힌드 구조를 위해 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할 수 있도록 사전에 조율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점령군이 의도적으로 적신월사 대원들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비판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도 로이터에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면서 "민간인은 반드시 보호돼야 하며 어떤 아이도 가족의 시신에 둘러싸여 두려움에 떨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6살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에 유족들은 분노했다. 힌드의 어머니 위삼 하마다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불신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그리고 가자지구와 주민들을 상대로 음모를 꾸민 모든 이들에게 책임이 있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딸의 외침을 듣고도 구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할아버지 바하 하마다는 이스라엘군이 이날 새벽 철수하자마자 마지막으로 목격된 주유소부터 들렀다며 발견 경위를 담담히 알렸다.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으로 약 1200명이 살해되고 240여명이 인질로 잡혀가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를 상대로 공습과 지상작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 24시간 동안 117명이 가자지구에서 숨져 개전 이후 누적 사망자수가 2만8064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날 누적 부상자수는 6만7611명으로 집계됐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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