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가까워진 '영생'의 꿈…머스크 뇌 칩·휴머노이드 로봇의 의미
- 24-02-11
지난달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사람의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뇌와 컴퓨터의 인터페이스를 통해 사람이 자기 생각대로 컴퓨터나 전화 같은 장치를 제어할 수 있게 된다는 이 획기적 기술은 사고나 병으로 인해 몸을 의지대로 쓸 수 없는 이들에게 복음처럼 들렸다.
머스크는 비슷한 시기에 테슬라가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옵티머스 2세대 모습이 담긴 영상도 공개했다. 산책하듯 슬슬 걸어가는 모습인데 그에 앞서서는 빨래를 개는 모습, 달걀을 조심스레 들어올려 냄비 위에 놓는 모습도 선보였다. 휴머노이드는 인간이 직접 일하기 어려운 환경에 투입되어 일하는 것은 물론 가사 도우미처럼 인간의 삶을 도울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런데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에서 보던 일들이 현실이 되는 것을 마냥 환호하고 즐기면 되는 걸까. 기술의 발전에서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위험 요소는 없는 걸까.
지난달 30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머스크는 뉴럴링크의 뇌 칩 제품을 '텔레파시'라고 부르며 "처음에는 팔다리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잃은 사람들이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티븐 호킹이 타자를 빨리 치는 타이피스트나 경매인보다 더 빨리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고 상상해 보라"면서 "그게 목표다"고 말했다.
이 칩 이른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장치'(BCI)은 전극으로 뇌파를 측정해 뇌파를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 그 데이터를 해석해 기기에 전달해 조작한다는 원리다. 스티븐 호킹의 경우 눈동자나 얼굴 근육을 움직여 컴퓨터를 조작하고 글을 썼다. 하지만 미국의 뇌공학 기업들의 BCI는 뇌파를 이용, 그만큼 속도가 빨라진다.
이는 필수적으로 뇌에 칩이 이식되어야 하는데 이 상태를 인간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얼마나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가 관건이다. 뉴럴링크는 동전 크기의 장치를, 먼저 연구를 시작한 싱크론은 뇌의 혈관에 들어가는 작은 스텐트 같은 장치를 사용한다. 프리시전뉴로사이언스는 미세 전극 어레이를 이식한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머스크의 목표가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걷거나 컴퓨터를 사용하도록 돕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일반인들도 주변 환경을 제어하거나, 복잡한 계산을 더 빨리 수행하거나, 장기 기억을 위해 기억을 다운로드하기 위해 뇌 칩을 갖게 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 나아가 머스크의 뇌 임플란트는 '영생'까지 가능하게 해준다. 머스크는 각종 콘텐츠를 클라우드에 저장하고 내려받듯이 인간의 기억도 외부에 저장해 휴머노이드 로봇에 기억이 든 칩만 넣으면 몸 없이 영생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기술이 완성되면 나의 뇌에도 칩을 삽입할 것"이라며 "우리가 인체를 통해 존재하지 않게 되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될 거다. 우리의 기억과 자아가 존재하는 한 (로봇 등을) 우리라고 판단하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원대한 꿈의 실험이 제대로 감시받고 있지 못한 점이다. 2일 과학 잡지 네이처에 따르면 뉴럴링크의 임상시험이 시작됐다는 확증은 머스크의 트윗 외에 없다. 뉴럴링크는 지난해 5월 미식품의약국(FDA)의 시험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임상시험은 미 국립보건원(NIH)이 관리하는 온라인 저장소인 클리니컬트라이얼스(ClinicalTrials.gov)에 등록되어 있지 않다. 뉴럴링크는 왜 임상시험을 사이트에 등록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네이처의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WP는 "현재로서는 뉴럴링크가 무엇을 했는지, 그리고 그 기술이 실제로 인간을 대상으로 무엇을 성취할 것인지에 대한 많은 의문이 풀리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고 우려했다.
SF작가인 찰스 스트로스는 지난해 12월20일 과학 잡지인 사이언티픽어메리칸에서 기술 억만장자들은 자신들이 읽으며 자란 공상과학 소설을 현실로 만드는 시도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억만장자들이 30년에서 50년 전에 출판된 공상과학 고전을 읽으며 자랐으며, 이들 SF소설들은 구체적으로는 1970년대 발명가이자 출판인, 소설가인 휴고 건즈백이 출간한 잡지에서 소개됐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 SF잡지는 자본주의적 성공이라는 아메리칸드림과 무비판적인 기술 해결주의, 그리고 프런티어 식민주의의 질서가 결합되는 것을 촉진했다고 주장했다.
WP에 따르면 시드니 대학교 로스쿨에서 신흥 신경 기술과 관련된 윤리적 문제를 연구하는 앨런 매케이 연구원도 인지 향상이라는 아이디어가 우려를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사람들은 인지적으로 향상되고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회는 전례 없는 계급 분열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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