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돼지고기가 안 팔려요"…춘제 앞 중국서 감지되는 디플레 우려
- 24-02-08
판매자는 "안팔린다" 토로…소비자는 쉽게 지갑 안열어
지난해 中 돼지고기 소비 감소…中CPI 4개월 연속 하락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를 앞두고 명절 필수음식인 돼지고기 소비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중국 경제가 직면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8일 오전 베이징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신파디육류 도매시장.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빨간색 모자를 쓴 상인들이 "무슨 고기가 필요하세요", "삼겹살 한근 18위안에 팔아요", "원하는 부위를 말씀하세요" 등의 말을 건네며 호객행위를 했다.
개별 매대에는 돼지 다리부터 삼겹살 등에 이르기까지 돼지고기가 부위별로 덩어리째 늘어져있었다.
한 매대의 상인이 고기를 사러온 중년 남성에게 "덩어리 째 사가면 한근에 22위안짜리를 20위안에 주겠다"고 했지만 해당 남성은 "그렇게 큰 덩어리는 필요없다. 이만큼만 잘라서 사겠다"고 흥정하는 모습이 보였다.
춘제를 앞두고 일부 상인들은 고향에 방문한 듯 매대를 깔끔하게 치워두고 저울은 비닐로 덮어두기도 했다.
8일 오전 중국 베이징의 신파디 육류 도매시장. 일부 판매자들은 춘제를 앞두고 매대를 정리해 비워뒀다. © News1 정은지 기자 |
초입에 있던 한 상인에게 "올해 춘제 장사가 어떻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바로 고개를 가로 저으며 "올해는 정말 별로"라는 답이 돌아왔다.
다른 상인들의 상황도 비슷했다. 한 상인은 "작년에는 하루에 50피(1피는 15kg)를 넘게 팔기도 했는데, 올해는 이틀동안 50피는 커녕 20~30피를 팔기도 힘들다"며 "이유는 모르겠지만 유독 올해가 장사가 더 안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상인은 "춘제를 앞두고 (고기를 사려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다"는 기자의 질문에 "내일모레가 바로 명절이라 (오늘 시장에) 사람이 별로 없는 것도 있지만 대체로 사람이 줄어든 느낌"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상인은 "그나마 춘제 연휴를 앞두고 있어서 평소 대비 장사가 잘 되는 편"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돼지고기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도 쉽게 지갑을 열지 않는 모습이였다. 한 소비자는 여러 매장을 둘러보며 삼겹살 가격을 묻더니 "가격이 좀 오른 것 같다"며 구매를 주저하기도 했다. 입출구에는 돼지고기를 구매하지 않고 빈손으로 가는 시민들도 눈에 들어왔다.
통산 춘제는 풍요와 번영을 상징하는 돼지고기 소비량이 급격하게 는다. 그러나 대목을 앞두고도 돼지고기 소비가 둔화된 것은 경기 둔화로 인해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컨설팅회사 상하이 JCI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돼지고기 소비는 약 5400만t으로 전년 대비 약 100만t 줄었다. 중국 내 육류 소비가 감소했다는 것은 경기 침체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소비가 줄자 돼지고기 가격 역시 급락했다. 이날 중국 국가통계국은 1월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0.8% 하락하며 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돼지고기 소비국인 중국의 돼지고기 가격은 CPI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 중 돼지고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7.3%이나 떨어졌다. 지난달 중국 돼지고기 가격 역시 전년 동월 대비 무려 26.1% 떨어지며 물가 하락을 이끌고 있다.
중국 당국도 돼지고기 소비 감소를 인식하고 있다. 최근 중국 농업농촌부는 기자회견에서 "어려움을 겪는 농가가 손실을 줄이고자 지난해 말 돼지 도축을 가속하면서 돼지고기 생산량이 9년 만에 최대인 5794만t을 기록했다"며 "돼지 생산 규모 감축을 지도하겠다"고 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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