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브리핑] 연초 급부상한 한반도 전쟁론, 실체 있나

美 일부 전문가 '김정은 전쟁 결심론' 제기로 美 외교가에 화두 부상

대체로 전면전 가능성은 회의적 시각…국지도발·우발적 충돌 가능성은 경고

 

새해 들어 한반도 전쟁론이 부상하면서 미국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다.

북한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전례없는 도발을 지속하고 있는 데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직접 나서 대남 위협 수위를 바짝 끌어올리면서 북한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제기돼서다.

미국 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한이 전면전을 벌일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지만, 과거 연평도 포격과 천안함 폭침 사태와 같은 기습적인 국지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 일부 美전문가 "김정은 전쟁 결심" 관측에 한반도 전쟁 가능성 부각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70여년 동안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위기론은 상존해 왔지만, 최근 2개의 전쟁(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전쟁) 등 혼란한 국제 정세와 맞물려 그 어느 때보다 한반도 전쟁 위기론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일부 미국 전문가들이 김 총비서의 '전쟁 결심론'을 제기하면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로버트 칼린 미국 미들베리국제연구소 연구원과 시그프리드 헤커 미 스탠퍼드대 명예교수는 지난달 11일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에 게재한 공동 기고문에서 "한반도 정세는 1950년 6월 초 이후 그 어느 때보다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김 총비서가 "언제 방아쇠를 당길지 알 수 없지만 위험의 수위는 한미일의 일상적 경고를 넘어선 상태"라며 "지난해 초부터 북한 관영매체에 등장하는 '전쟁 준비' 메시지는 북한이 통상적으로 하는 '허세'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나치게 극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우리는 김정은이 그의 할아버지(김일성)가 1950년에 그랬듯 전쟁을 하기로 전략적 결단을 내렸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들의 기고문을 계기로 김 총비서가 물리적 충돌 등 전쟁을 벌일 가능성에 대한 경고가 이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했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5일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김 총비서의 행동이 "1950년 6월 남침하기 전 김일성의 행태와 같다"며 "김정은은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면 충분히 군사력을 사용할 만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25일 복수의 백악관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북한이 몇 달 안에 한국을 향한 모종의 치명적인 군사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출신인 대니얼 러셀 아시아소사이어티 부회장도 같은 날 "김정은이 2010년 연평도 포격을 넘어서는 공격을 할 의도가 있는 것 같아 보인다"며 "우리는 김정은이 충격적인 물리적 행동을 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미 국무부 북핵 특사로 대북 협상을 담당했던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명예교수 역시 최근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지인 '내셔널 인터레스트' 기고문에서 "2024년 동북아시아에서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29일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29일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 28일 새로 개발된 잠수함발사전략순항미사일 '불화살-3-31형' 시험발사를 지도했다"면서 "항미사일들은 7421초, 7445초간 동해상공에서 비행하여 섬목표를 명중타격했다"라고 밝혔다. 김 총비서는 이날 핵잠수함건조사업을 구체적으로 료해(파악)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 北 전례없는 도발 빈도와 김정은 대남 위협 수사에 전쟁 준비론 주목

이 같은 '전쟁 가능성'에 대한 관측은 전례없는 북한의 도발 빈도와 수위에 더해 김 총비서의 대남 언행이 완전히 달라진 데 따른 것이다.  

실제 김 총비서는 최근 '선대의 유훈'인 조국통일 3대 헌장(자주·평화통일·민족대단결)을 헌법에서 삭제했고, 한국을 '제1의 적대국', '전쟁 중인 교전국'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남북 민간 교류를 담당했던 조직과 단체들 정리에 나섰다.

김 총비서는 또 "유사시 핵무력을 포함한 모든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박차를 가하라"고 말했다.

북한은 나아가 연초부터 동·서해상으로 4차례의 순항미사일, 서해 해안포 사격(1월 5·6·7일), 극초음속탄도미사일 발사(14일), 전술핵 탑재 수중 핵어뢰 '해일' 시험(19일) 등 다양한 군사 도발을 벌이고 있다.

특히 그간 미국을 겨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에 초점을 둬왔던 북한이 최근 들어 순항미사일 등 단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빈도를 높이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한 대목으로 보인다.

북한이 러시아에 지원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된 미사일은 비행 거리가 460㎞로, 단거리 탄도미사일이었다. 이는 북한 원산에서 부산까지의 거리와 일치하는 거리다.

수미 테리 박사. 2023.4.2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수미 테리 박사. 2023.4.2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 美선 대체로 전쟁 가능성엔 회의론…국지도발·우발 충돌 가능성은 경고

그러나 북한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으며, 실제로 전쟁을 일으킬 것이냐는 데 대해선 회의론이 상당하다.

우선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최근 대남 위협 수위를 높여가고 있지만 전면적인 전쟁 준비나 태세를 갖추고 있는 듯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는 데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 및 탄도미사일 등 상당량의 군사적 지원을 하고 있는 정황을 감안했을 때 전쟁 발발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게 한미의 판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관측에 동의하는 미국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자문인 시드니 사일러 전 미국 국가정보국(DNI) 산하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 담당관은 지난 2일 논평을 통해 북한이 전쟁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일각의 관측에 대해 "해당 문제를 지난 40년간 고민해온 사람으로서 대답은 일부 약점에도 '아니다'라는 것"이라면서 "북한의 공격이 임박했다고 볼 수 있는 지표는 전혀 관찰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도 북한이 러시아에 대량의 탄약과 로켓뿐 아니라 신형 KN-23 단거리탄도미사일까지 지원한 데다 접경 지역에 병력을 집중하는 모습도 감지되지 않아 전쟁을 준비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관측했다.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인 한반도 전문가 수미 테리 박사도 지난달 30일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에서 칼린과 해커 박사가 전쟁 준비론에 대한 뚜렷한 근거를 제시하진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김 총비서가 전쟁을 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총비서가 지난달 10일 중요군수공장 현지지도 과정에서 "전쟁을 피할 생각이 전혀 없다"면서도 "한반도에서 압도적 힘에 의한 대사변을 일방적으로 결행하진 않겠다"고 언급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풀이된다.

다만, 전면전 발생 가능성을 부인하는 전문가들도 국지도발이나 우발적 충돌 가능성에 대해선 경고하고 있다.

테리 박사는 "위험은 북한이 의도적으로 전쟁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남한 영해를 향한 미사일 발사, 무인기(드론) 남한 섬 비행,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 등 북한의 무력시위와 낮은 수위의 정기적 도발이 (남한의) 보복(대응)을 자극함으로써 전쟁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도 전면전 대신 비무장지대(DMZ)나 NLL에서 전술 단위의 군사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남북 모두 상대의 도발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태세라 "오판으로 인한 군사 행동이 일어날 위험이 실제 있다"고 밝혔다.

 

◇ "美, 北억제 위한 군사태세 유지와 확전 위험 최소화 사이 줄타기해야"

이에 따라 한반도에서 자칫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국지도발이나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막기 위한 미국 정부 대응을 촉구하는 조언들이 나온다.

클링너 연구원은 미국 정부가 북한의 군사 행동을 억제하고 필요시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군사 태세를 유지하는 것과 우발적인 충돌이 전략적 전쟁으로 확전할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 사이에 줄타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미일이 3국 군간 공조를 계속 강화하고, 한미일 3자 연합훈련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하면서도 북한이 접경 지역에서의 군사훈련을 침공 준비로 오해할 수 있는 만큼 훈련을 사전에 발표하고 DMZ 인근에서 하지 않을 것을 주문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또 북한이 대화를 계속 거부하는 상황에서도 한미가 북한을 접촉해 위험 감소와 군사적 신뢰 구축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테리 박사도 "미국과 한국은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고 한반도에 평화가 유지되도록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려고 하면서도 (한미동맹의) 군사적 우위와 목적에 대해 오해할 여지가 없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한미일 협력 강화, 한미 및 한미일 연합훈련 확대, 미군 전략자산 전개 등을 통해 미국이 한국을 방어할 준비가 됐고 그럴 의지가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전쟁은 불가피하지 않다. 지금은 패닉에 빠질 때가 아니라 북한에 (미국의) 결의와 힘에 대한 신호를 보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사일러 전 담당관은 중국을 중요한 변수로 꼽으면서 미국이 가능한 모든 외교적 수단을 동원해 중국이 러시아와 북한 모두에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현재 김 총비서의 위협 수사에 대해 "우리는 핵 능력을 포함해 군사력의 지속적인 증강을 추구하고 있는 체제를 책임지는 사람의 수사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대북 외교적 접근법을 강조하고 있지만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며 위기 관리를 위한 별다른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신 한미 연합훈련 및 한미일 공조 강화를 통한 대북 억제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입장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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