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수필-염미숙] 모서리, 엣지볼
- 24-02-05
염미숙 수필가(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모서리, 엣지볼
탁구공이 상대편으로 날아가 모서리에 맞는다. 공이 어느 방향으로 튈지 전혀 알 수 없는 엣지볼이다. 받는 사람 편에선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공이 튀어 오른 위치가 가장자리의 위쪽이면 in, 측면이나 아래로 공이 수그러들면 out으로 본다. 결국 주심의 의견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늘 논란의 대상이다. 모서리는 공을 괴팍하게 만든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여기서 모서리가 있다는 말은 너그럽지 못한 성격을 말한다. 영어에도 비슷한 표현이 있다. 그는 신경이 날카로워 (He is on edge). 까칠하고 예민한 상태를 표현한다. edgelord라는 단어에서 비슷한 활용을 볼 수 있다. 우리말로 하자면, 악명 높은 단어, 중2병이다. 모서리와 군주가 붙어 있다. 신경 곤두서고 불안한 데다 허세까지 갖춘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만나고 싶지 않은 모서리다.
이번엔 긍정적인 뜻을 가진 모서리를 만나본다. 그는 모서리에 앉아 있다 (He is on the edge of his seat). 이 경우엔 초조함을 일컫는 말이지만 뉘앙스가 다르다. 응원하는 팀의 선수가 홈런을 치기를 기대하며 엉덩이를 들썩이는 관중의 모습을 상상하면 이해가 빠르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기대한다는 긍정의 표현이다.
다른 활용으로 요즘 한국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모서리는 독특한 멋이라는 뜻이다. 독특한 멋을 가진 스타일 (style with an edge). 디자인에 모서리가 있다는 말은 다른 사람들이 흉내 낼 수 없는 그 디자이너만의 독특한 개성이 있다는 말이다. 좀 더 나가서 edge style 이란 금속, 가죽, 등 예측 불허의 재료들이 함께 어우러진 패션 스타일을 말하기도 한다.
오역하기 쉬운 모서리도 있다. 빠르게 또는 값싸게 대강대강 일을 처리하는 것을 모서리를 자른다고 표현한다. 시공업체 직원들이 입에 달고 다니는 문장이 있다. 우리는 모서리를 자르지 않습니다(We don’t cut corners).
우위나 이점을 말하는 모서리는 어떤가. 그가 유리해 (He has an edge). 어떤 일에 있어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말이다. 그 전화는 최첨단 기술을 장착했다 (The phone features cutting-edge technology). cutting-edge는 최첨단, 어느 분야에서 가장 발전된 상태를 뜻한다. 모서리를 깔끔하게 잘라내기 위해서는 예리한 칼이 필요할 테니, 그만큼 발전된 기술이라는 뜻이 된다.
누군가는 모서리 없는 성품에 모서리 있는 패션 감각을 가졌겠다. 모서리 자르는 자동차를 타고 모서리를 자르지 않고 지은 집에 살 수도 있겠다. 언어라는 어려운 과목, 그중에도 다양하게 변신하는 모서리는 라켓을 든 손으로 헛손질하게 하는 난감한 엣지볼이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목록시애틀 뉴스/핫이슈
한인 뉴스
- [부고] 故김철수장로 부인 김영숙 권사 별세
- 타코마서미사, 부처님 오신 날 봉축법요식 거행한다
- 시애틀 김명주,박희옥 작가 시조신인문학상 수상
- KWA평생교육원, 신규개설 '스마트폰 클래스' 인기 최고(영상)
- [하이킹 정보] 시애틀산우회 27일 토요정기산행
- 시애틀지역 인기 한식당‘스톤’(Stone) 레드몬드본점 이전 신장개업했다
- 한인생활상담소 입주할 건물 공사시작됐다
- 미국서 국내선 3시간, 국제선 6시간 지연되면 자동 환불
- 한국 연예인 홍진경, 이번 주 김치홍보차 시애틀 H-마트온다
- [부고] 강화남 전 워싱턴주 밴쿠버한인회장 별세
- 한국, 40세부터 복수국적 허용 추진
- 한국학교 서북미협의회 개최 학력어휘경시대회서 5명 만점 받아
- 재미한인장학기금 올해 장학생 총 80명으로 확대
- <속보>부인 생매장하려했던 워싱턴주 한인 징역 13년 선고돼(영상)
- KAC, 한인서비스날 맞아 대전정 청소했다
- [신앙과 생활-김 준 장로] 김철훈 목사 소고(小考-1)
- [서북미 좋은 시-오인정] 복수초
- 한국 아이돌그룹, 시애틀 매리너스 경기장서 시구한다
- ‘인기짱’시애틀영사관 국적ㆍ병역설명회 개최…“선착순 접수”
- 시애틀과 대전 자매결연 35년 교류확대 추진한다
- “킹카운티 도서관 공청회에 참석하세요”
시애틀 뉴스
- “시애틀 다운타운 부두개선 사업에 기업들이 돈 보태는 것이 맞다”
- “민주당이 워싱턴주지사 후보로 퍼거슨만 편든다”
- 시혹스 전 쿼터백 윌슨, 벨뷰 저택 팔렸다
- 벨뷰 경전철 오늘 드디어 개통했다
- 시애틀 4월말인데 날씨 춥고 비내리고
- 워싱턴주로 그리즐리 곰이 돌아온다
- 델타소속 보잉 여객기 이륙 뒤 비상 탈출 미끄럼틀 떨어져
- 시애틀지역 펜타닐 중독 이렇게 심각하다니...아이 3명 과다복용 중태
- 마이크로소프트 예상 뛰어넘는 실적 내놨다
- 시애틀지역 남성, 변심한 여친 납치해 역주행다 80대 치어 숨지게
- 시애틀 연방검찰, 바이낸스 창업자에 징역 3년 구형
- 워싱턴주 전기차 리베이트 준다…조건은 다소 까다로워
- 시애틀지역 운전자 테슬라 자율주행으로 운전하다 사망사고
뉴스포커스
- 하루 앞 다가온 영수회담…尹, '국정 돌파구' 마련할 수 있을까
- 525년의 세월을 걷다…대구 사유원에서 찾은 '치유'
- 알레르기 비염·소화불량 한약도 건강보험…29일부터 적용
- 의협 '증원 백지화' 결의문…임현택 "죽을 각오로 의료농단 저지"
- 의대 추가 개강·실습 운영…의대생 복귀 기미 없어 대학들 노심초사
- K팝 '멀티 레이블' 위험성 드러낸 '민쏘공'…하이브 시총 1조 하늘로
- "주말 다들 이거 봤어?"…'범죄도시4' 닷새만에 400만 흥행 눈앞
- 오동운 공수처장 후보자 "'채 상병 수사 외압' 법·원칙 따라 성실 수사"
- 김건희 여사, 공개행보 열어줄 '키'…영수회담이 만들까
- 판사 출신 변호사 "민희진이 배임? 방시혁은 에스파 폭행사주냐"
- '올림픽 진출 실패'에 고개 숙인 황선홍, 'A대표팀 내정설'에는 격앙
- 첫 영수회담…고물가·의료대란에 지친 시민들 "민생, 또 민생"
- "5·18은 북한 폭동" 전광훈 검찰 송치… 유공자 명예훼손 혐의
- 조국 "이재명과 연태고량주 마셨다"…고급 술 논란 일축
- 나훈아, 인천 공연서 은퇴 공식 언급 "여러분이 서운해 하니까 그만두는 것"
- 황선홍 감독 작심발언 "한국 축구, 시스템 바꿔야…난 비겁한 사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