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수필-염미숙] 모서리, 엣지볼

염미숙 수필가(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모서리, 엣지볼

 

탁구공이 상대편으로 날아가 모서리에 맞는다. 공이 어느 방향으로 튈지 전혀 알 수 없는 엣지볼이다. 받는 사람 편에선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공이 튀어 오른 위치가 가장자리의 위쪽이면 in, 측면이나 아래로 공이 수그러들면 out으로 본다. 결국 주심의 의견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늘 논란의 대상이다. 모서리는 공을 괴팍하게 만든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여기서 모서리가 있다는 말은 너그럽지 못한 성격을 말한다. 영어에도 비슷한 표현이 있다. 그는 신경이 날카로워 (He is on edge). 까칠하고 예민한 상태를 표현한다. edgelord라는 단어에서 비슷한 활용을 볼 수 있다. 우리말로 하자면, 악명 높은 단어, 중2병이다. 모서리와 군주가 붙어 있다. 신경 곤두서고 불안한 데다 허세까지 갖춘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만나고 싶지 않은 모서리다. 

이번엔 긍정적인 뜻을 가진 모서리를 만나본다. 그는 모서리에 앉아 있다 (He is on the edge of his seat). 이 경우엔 초조함을 일컫는 말이지만 뉘앙스가 다르다. 응원하는 팀의 선수가 홈런을 치기를 기대하며 엉덩이를 들썩이는 관중의 모습을 상상하면 이해가 빠르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기대한다는 긍정의 표현이다. 

다른 활용으로 요즘 한국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모서리는 독특한 멋이라는 뜻이다. 독특한 멋을 가진 스타일 (style with an edge). 디자인에 모서리가 있다는 말은 다른 사람들이 흉내 낼 수 없는 그 디자이너만의 독특한 개성이 있다는 말이다. 좀 더 나가서 edge style 이란 금속, 가죽, 등 예측 불허의 재료들이 함께 어우러진 패션 스타일을 말하기도 한다.

오역하기 쉬운 모서리도 있다. 빠르게 또는 값싸게 대강대강 일을 처리하는 것을 모서리를 자른다고 표현한다. 시공업체 직원들이 입에 달고 다니는 문장이 있다. 우리는 모서리를 자르지 않습니다(We don’t cut corners).

우위나 이점을 말하는 모서리는 어떤가. 그가 유리해 (He has an edge). 어떤 일에 있어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말이다. 그 전화는 최첨단 기술을 장착했다 (The phone features cutting-edge technology). cutting-edge는 최첨단, 어느 분야에서 가장 발전된 상태를 뜻한다. 모서리를 깔끔하게 잘라내기 위해서는 예리한 칼이 필요할 테니, 그만큼 발전된 기술이라는 뜻이 된다. 

누군가는 모서리 없는 성품에 모서리 있는 패션 감각을 가졌겠다. 모서리 자르는 자동차를 타고 모서리를 자르지 않고 지은 집에 살 수도 있겠다. 언어라는 어려운 과목, 그중에도 다양하게 변신하는 모서리는 라켓을 든 손으로 헛손질하게 하는 난감한 엣지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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