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조롱' 日 의원 "다른 위안부·강제징용공 추도비도 철거돼야"
- 24-02-04
군마현 조선인 추도비 철거에 "정말 잘 됐다…거짓 조형물 필요 없어"
"역사수정주의·인종차별 부채질 언행, 강한 비판 부를 것"-교도통신
과거 한복 차림의 여성을 조롱하는 글을 올렸다가 법무부로부터 인권 침해 지적을 받은 일본 국회의원이 이번에는 군마현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 철거에 "정말 잘됐다"며 다른 추도비 철거를 부추겼다.
자민당 구 아베파 소속 스기타 미오(杉田水脈) 중의원은 지난 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군마현(県) 현립 공원 내 조선인 추도비 철거 소식을 전하며 "일본 국내에 있는 위안부 및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강제징용공)과 관련된 비석도 이를 뒤따르길 바란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거짓 모뉴먼트(조형물)는 일본에 필요 없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역사의 어떤 부분이 거짓인지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어서 올린 게시물에는 교토에 세워진 징용공 동상 사진을 첨부해 "한국보다 (일본에) 먼저 세워졌다"며 "사유지라서 철거할 수 없는 상태다. 이쪽도 빨리 철거됐으면 좋겠는데"라고 적었다.
지난 3일 스즈키 미오 의원이 자신의 엑스 계정에 올린 게시물 갈무리. 2024.02.03/ |
지난 3일 스즈키 미오 의원이 자신의 엑스 계정에 올린 게시물 갈무리. 2024.02.03/ |
역사 수정주의를 표방하는 우익성향 시민단체 소요카제가 이번 군마현 추도비 철거에 앞장선 것을 고려하면 스기타 의원의 글을 다음 목표물을 정해준 것과 다름없다.
교도통신은 "역사 수정주의 및 레이시즘(인종차별)을 부채질하는 언행으로 강한 비판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군마현 추도비 철거와 관련해서는 일본 내부에서조차 희생자와 조선인에 대한 모독이라며, 부정적인 역사를 부정하려는 수치스러운 행위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군마현은 지난 2일까지 공원을 봉쇄하고 '기억·반성 그리고 우호'라는 글자가 새겨진 추도비를 산산조각냈다. 2012년 추도제에서 한 참가자가 노동자 '강제 연행'을 언급했다는 점을 문제 삼은 현의 결정을 일본 최고재판소(한국의 대법원)이 인정해 줬기 때문이다.
한편 스기타 미오 의원은 이전에도 차별적 발언으로 법무부로부터 '인권 침해' 인정을 받은 바 있다. 그는 2016년 SNS에 "치마저고리와 아이누 민족의상 코스프레(분장놀이) 아줌마까지 등장. 완전히 품격에 문제가 있습니다"는 글을 게재해 물의를 빚었다.
지난 3일, 스기타 의원을 삿포로 법무국에 피해 고발했던 아이누 여성단체의 다하라 료코 대표는 스기타 의원의 언행으로 인터넷에서 658건의 헤이트스피치(혐오발언)가 쏟아졌다고 했다.
그는 "인권침해가 인정돼 이 나라에 아직 정의가 (살아)있다고 감격했지만 스기타씨는 반성하지 않았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또 "정부 기관이 공인의 발언을 인권침해라고 인정한 것은 크지만, 강제력이 없어 어중간한 제도"라며 일본 법 제도가 국제인권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스기타 의원의 SNS 게시글에는 "거짓으로 정치자금 수지를 보고한 의원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등의 댓글이 대거 올라오고 있다. 최근 자민당 내 아베파에서 불거진 불법 정치자금 조성 사건에 연루된 스기타 의원이 1564만 엔(약 1억4112만 원)의 자금을 받아놓고도 서류 기재하지 않은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일본에서 정치자금 수지 미기재는 위법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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