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엿새만의 보복 공습…'추가 공습' 예고에 중동 '확전 위기' 고조

 

美, 이라크 3개·시리아 4개 지역서 공습…친이란 민병대 연계 시설 85곳 타격

 

바이든 "우리가 선택한 시간·장소서 추가 공격" 예고

 

친(親)이란 민병대에 대한 미국의 보복 공습이 시작됐다. 이날 공습은 숨진 미군의 유해가 미국에 도착한 직후 이뤄졌는데, 공습을 받은 시리아와 이라크는 미국이 확전을 부채질한다며 반발했다. 미국은 추가 공습을 예고하면서도 확전을 우려해 이란 내부만큼은 공격하지 않겠다고 했다. 

로이터통신과 CNN 등 외신을 종합하면 미 중부사령부는 2일(현지시간) 미군이 약 30분동안 이라크에 있는 시설 3곳과 시리아에 있는 시설 4곳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공습 대상은 7개 지역에서 미사일과 무인기 보관 창고 등 85곳이다.

이들 목표물은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지원을 받는 민병대와 연계된 곳인데, 작전에 투입된 미군 폭격기는 공습을 위해 미국에서 출격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 합참의 더글러스 심스 작전국장(중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공습에 B-1 폭격기 랜서가 투입됐다"면서 "미국은 민병대 목표물에 대한 공격의 정확성에 대해 자신 있다. 미국은 목표물을 정확히 명중했다"고 전했다. B-1은 정밀무기와 비정밀무기를 신속하게 투하할 수 있는 장거리 중폭격기다.

심스 국장은 또한 미국이 '불필요한 인명 피해'를 방지하고자 이라크와 시리아 목표물에 대한 공격 시기에 날씨를 최우선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 美 "우리가 선택한 시간·장소서 추가 공습"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 미 국방부는 추가 공습을 예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지난 일요일(지난달 27일) 미군 병사 3명은 요르단에서 이란 IRGC의 지원을 받는 무장단체들이 발사한 무인기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이에 미군은 금일 오후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IRGC 연계 민병대가 미군을 공격하기 위해 사용하는 시설들을 목표물로 타격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의 대응은 오늘부터 시작됐다. (공습은) 우리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계속될 것"이라면서 "미국은 중동이나 세계 어느 곳에서도 분쟁을 일으킬 의도가 없다. 하지만 우리에게 해를 끼치려는 모든 사람들이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미국인에게 해를 끼치면 우리는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IRGC와 연계된 민병대가 미군과 연합군을 공격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추가 대응을 지시했다"고 했다.

이어 "(추가 공습은) 우리가 선택한 때와 장소에서 전개될 것이다. 우리는 중동이나 다른 곳에서 분쟁을 추구하지 않지만, 대통령과 난 미군에 대한 공격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는 미국과 우리의 군대, 그리고 우리의 이익을 방어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보복 공습을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면서 "미국은 얼마나 많은 무장세력이 죽거나 다쳤는지 지금 알지 못한다. 조만간 추가 공격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커비 조정관은 미국이 공습을 개시하기 전 이라크 정부에 관련 계획을 통보했지만, 이란에는 어떠한 연락도 취하지 않았다고 했다.

 

◇ 확전 방지 수위 조절…"이란 내부는 공격하지 않을 것"

미국의 공습으로 중동에서 확전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확전을 우려해 이란 내부는 건들지 않겠단 입장을 밝혔다.

미국 행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CNN에 "미국은 이란 내에서 공격하지 않을 것이다. 공습은 오직 이란 밖의 목표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했다.

그간 미 공화당은 이란을 직접 보복 공격해야 한단 목소리를 내어왔는데,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면 이란을 지원하는 중국·러시아와 서방 간 대리전 양상의 세계대전으로 비화할 우려가 나온다.

이란도 확전은 피하고싶지만, 자국이 공격을 받으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미국 정부가 친이란 민병대의 공격에 대한 보복 대응 계획을 확정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우리는 어떤 전쟁도 시작하지 않을 것이지만 누구든 우리를 괴롭히려 한다면 강력하게 맞서겠다"고 경고했다.

 

◇ 이라크 "용납 못해"…시리아 "美, 확전 부채질"

미국의 공습 이후 이라크와 시리아는 즉각 반발했다. 이라크는 이번 사태를 용납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고, 시리아 외무부는 미국이 역내에서 확전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무함마드 시아 알수다니 이라크 총리 대변인 야히야 라술 장군은 성명에서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용납할 수 없다"면서 "이번 공습은 이라크 주권 침해, 이라크 정부의 노력 훼손, 이라크와 중동 지역을 예상치 못한 결과로 끌고 갈 위협"이라고 했다.

시리아군 당국은 미국의 보복 공격으로 막대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시리아 국방부는 "미국은 시리아 동부 지역과 시리아-이라크 국경 인근의 여러 지역과 마을을 상대로 노골적인 공습을 가했다. 이로 인해 다수의 민간인과 군인들이 순교하고, 많은 사람들이 부상했다"면서 "(미군은) 공공 및 사유 재산에 상당한 피해를 입혔다"고 덧붙였다.

시리아 외무부는 "(미국이 저지른) 일은 매우 위험한 방식으로 중동 분쟁을 부채질하는 역할을 했다"고 했다.

 

◇ 美, 엿새만의 '제한적' 보복 공습…"확전 가능성 낮아" 분석도

다만 외신들은 미국이 친이란 세력들에 대한 보복 공습 규모를 '제한적'으로 타격했다고 보고 있다. 확전 가능성을 우려해 대응 수위를 고심하던 미국이 친이란 세력들을 세게 보복하는 모습을 국제사회에 보여주면서도 이란이 개입할 정도는 아닌 수준으로 타격했다는 분석이다.

CNN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철군 이후) 중동 지역에서 약 3년 만에 최악의 미군 인명 손실이 발생했음에도 미국의 공습은 30분 남짓에 불과했다. 이것은 분명하고도 계산된 선택이었다. 공습은 짧고 날카로웠지만, 큰 충격을 불러일으키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어 "바이든 행정부는 상대방(친이란 세력들을) 충분히 세게 치면서도 그들이 보복차원에서 맹공을 퍼붓지 않고 타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하는 불가능한 과제를 풀었다. 미국은 대응 방법을 5일 넘게 고심했고, 심각성에 대해 브리핑하며 심지어 목표물이 무엇인지 암시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CNN은 "이 경고는 오판의 위험을 줄이고 목표물로부터 친이란 민병대가 이동해 인명 손실을 줄일 수 있도록 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의 이번 공습으로 확전 가능성이 더 고조되지는 않았다고 CNN은 분석했다.

미국에선 오는 11월 선거철이 다가오고 있는데, 값비싼 전쟁, 대(對)이스라엘 정책 문제와 유가 상승은 모두 바이든 대통령에게 악재로 꼽힐 수 있다.

이란도 전쟁을 기피할 이유는 많다. 우선 미국의 제재로 경제가 여전히 불안정하고, 이란의 최고 관심사는 전쟁보단 핵무기를 손에 넣는 것. 이를 위해 이란은 최근 고농축우라늄(HEU) 생산량을 급격히 증산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이날 이뤄진 공격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민병대의 지난 주말 공격에 바이든 행정부가 대응한 첫번째 공습이다.

앞서 지난달 27일 요르단 북동부에 있는 미군 기지 '타워 22'에선 드론 공습에 미군 3명이 즉사하고 최소 40명이 부상했다.이후 미국은 공습이 친이란 민병대 카타이브 헤즈볼라를 포함한 연합 단체 '이스라믹 레지스턴스(Islamic Resistance·이슬람 저항)'의 소행이라고 분석, 보복 공격을 예고해왔다.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으로 양측 간 전쟁이 발발한 이래 이라크·시리아 주둔 미군 기지를 상대로 현지 무장단체들의 공격은 계속됐지만, 미군 사망자가 나온 건 이번이 개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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