숟가락 주면서 사랑 고백하는 英 웨일스 '성 드윈웬 데이'[통신One]
- 24-01-28
수녀가 된 5세기 웨일스 공주, 사랑과 우정의 수호성인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는 날을 꼽자면 흔히 발렌타인 데이와 초콜릿이 떠오른다. 하지만 영국 웨일스에서는 그보다 조금 이른 시기에 연인 혹은 소중한 사람들과 기념하는 특별한 날이 있다.
웨일스에서 한 해 가운데 가장 로맨틱한 날을 묻는다면 1월 25일 '성 드윈웬'(Dwynwen) 데이를 빼놓을 수 없다.
그렇다면 성 드윈웬은 누구일까. 영국 BBC와 스카이뉴스, 웨일스온라인 등에 따르면 성 드윈웬은 5세기경 지금의 브레컨 비컨(Brecon Beacons)지역에 살았던 웨일스 공주였다.
현대 웨일스인들에게는 사랑과 우정의 수호성인으로 불린다. 하지만 드윈웬 정작 본인의 사랑에는 그다지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드윈웬 공주는 국왕 브라한의 딸 24명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딸이었다고 전해진다.
여러가지 설이 내려오지만 시안 루이스 작가의 저서 '드윈웬, 웨일스 연인들의 성자'에 따르면 드윈웬은 북웨일스 출신의 마일란 디포드럴이라는 청년과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드윈웬의 아버지인 브라한 왕은 결혼을 허락하지 않는다.
아버지의 뜻을 거스를 수 없었던 드윈웬이 결혼할 수 없다고 하자 화가 난 마일란은 자제력을 잃은 나머지 드윈웬을 억지로 탐하려 한다.
드윈웬은 신에게 '그가 가진 사랑의 열정을 얼음으로 바꿔달라'며 자신의 안전을 기도했고 마일란은 얼음으로 변해버린다.
이윽고 천사가 나타나 드윈웬에게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한다. 드윈웬은 마일란에게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었고 마일란은 사라진다.
드윈웬은 이어 앞으로도 절대 결혼하지 않도록, 그리고 고통에 빠진 연인들을 도울 수 있게 해달라는 나머지 두 가지 소원을 빈다.
그는 북웨일스 서해안쪽에 자리한 작은 섬 앵글시(Anglesey)의 랜드윈(Llanddwyn) 교회 수녀원에서 수녀로서 남은 생애를 보낸다.
수 세기동안 웨일스 사람들은 드윈웬을 숭배해왔고 사랑의 위기를 겪을 때마다 랜드윈 지역을 순례해왔다.
랜드윈 교회 옆에는 드윈웬을 기리기 위해 헌정된 우물이 하나 있는데 우물 안에는 신성한 물고기가 살고 있다는 민간 전설이 내려온다.
웨일스 사람들은 이 물고기의 움직임으로 사랑하는 연인과의 미래 관계를 예측할 수 있다고 믿는다.
우물에 반려자감을 데리고 왔는데 물고기의 움직임이 활발하면 그 예비 반려자는 평생 충실하고 헌신적인 동반자가 될 것이라는 미신이 대표적이다.
웨일스의 많은 사람들은 성 드윈웬 데이를 일년 가운데 가장 낭만적인 날로 여기고 서로에게 정성을 담은 카드를 보내거나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러브 스푼'(Love Spoon)을 주고받기도 한다.
러브 스푼은 전통적으로 성 드윈웬 데이에 커플이나 가족, 친구 사이에서 애정의 표시로 주고받는 나무 숟가락이다. 특히 손잡이 부위의 조각 문양이 화려하고 각 문양마다 의미하는 바가 다양하다.
하트는 사랑, 다이아몬드는 번영과 행운, 용(龍)은 보호, 쌍그릇(double bowls)은 영혼의 결합 또는 원하는 자녀의 수, 체인 문양은 충성심, 바퀴는 반려자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사랑하는 사람의 인생을 인도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일반적인 러브 스푼의 가격대는 30~40파운드로 약 5~7만원 정도지만 정교한 조각 작품일수록 수 십에서 수 백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가장 오래된 현존하는 러브 스푼은 1667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유물은 현재 카디프에 있는 세인트 파간스 국립역사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지난 2007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러브 스푼이 조각됐는데 크기는 약 13m에 달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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