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명 사망' 수송기 추락 의문 증폭…러·우 공방에 정치문제 비화

러 "서방산 미사일 발사했다"…우크라군 "요격 불가능한 거리"

동승한 러군은 3명에 불과…전쟁포로 아닌 미사일 수송설도


우크라이나군 전쟁포로를 태운 러시아군의 수송기가 24일(현지시간) 접경 지역에서 추락해 탑승자 74명 전원이 사망한 가운데 사고 원인을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다. 미사일 요격에 의한 것인지 기체 결함 때문인지 무엇 하나 명확하게 밝혀진 게 없어서다.

원인 규명 책임이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공방만 벌이고 있는 데다 2년 가까이 계속된 양국 간 전쟁으로 객관적인 조사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 단순 추락 사고가 아닌 정치 문제로 번지는 분위기다.

로이터 통신과 CNN 방송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 국방부는 러시아 서부 벨고로드에서 추락한 일류신(Ⅱ)-76 수송기는 약 80㎞ 떨어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인근 립치에서 날아온 대공미사일에 의해 요격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지도부는 그간 관행에 따라 이날 자국 군인들이 포로 교환을 위해 러시아군 수송기로 벨고로드 비행장으로 이송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며 우크라이나군이 고의로 수송기를 요격했다고 비난했다.

반면 우크라이나군 사령부는 벨고로드에 접근하는 러시아 군용기는 정당한 표적으로 간주한다면서도 이날 추락한 수송기를 향해선 미사일을 발사한 바 없다고 일축했다. 립치에서 추락지점까지는 우크라이나군이 가진 지대공 미사일로는 요격하기 어려운 거리라고 CNN은 짚었다. 이런 이유로 우크라이나군은 주로 무인기(드론)를 사용해 벨고로드를 공격해왔다.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은 이날 포로 교환이 이뤄질 것이란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포로를 수송하는 수단과 경로에 대한 정보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간 포로 교환이 있을 때면 러시아로부터 특정 시각에 벨고로드 영공 안전을 보장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이번엔 그러한 요청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미사일 요격 등 외부 요인이 아니라면 기체 결함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안드레이 카르타폴로프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국방위원장은 발사된 미사일이 미국산 지대공미사일 '패트리엇'이거나 독일산 지대공미사일 'IRIS-T'이라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방어용 미사일을 제공하면서 확전을 우려해 러시아 본토 공격에는 사용하지 말 것을 당부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도 이를 조건으로 서방으로부터 단거리 미사일을 제공받았기 때문에 카르타폴로프 국방위원장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확전 빌미를 제공한 셈이 된다.

다만 국방위원장이 관련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고, IRIS-T의 유효사거리가 25㎞에 불과해 이러한 주장은 아직 신빙성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외신들은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지원된 패트리엇의 유효사거리는 70~80㎞로 그나마 가능성이 있지만 이마저도 러시아의 대공 방어망을 뚫고 사거리를 최대로 끌어 올려야 추락 지점에 도달할 수 있다.

사고 당시 수송기에 탑승한 러시아군의 수가 3명에 불과하다는 점도 의구심을 더하고 있다. 러시아군의 발표에 따르면 추락한 수송기에는 우크라이나군 전쟁포로 65명이 타고 있었다. 앞서 포로로 풀려났던 막심 콜레스니코프는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에 자신이 벨고로드 이송될 당시에는 포로 50명에 러시아군 20명이 수송기에 올랐다고 증언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러시아의 자작극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우크라이나 인권 옴부즈맨인 드미트로 루비네츠는 CNN에 "우리 모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들기 위해 어떤 끔찍한 방법을 사용할 수 있는지 알고 있다"며 "적은 교활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18개월 전에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도네츠크의 올레니브카 수용소를 공격해 자국 포로를 살해했다고 주장했는데, 이후 광범위한 법의학 조사 결과 거짓인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심지어 해당 수송기에 전쟁 포로가 탑승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우크라이나 측에서 흘러나온다. 현지 매체 우크라인스카야 프라우다는 이날 군 소식통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군이 해당 수송기를 격추했으며, 전쟁포로가 아닌 러시아의 지대공미사일 'S-300'이 운송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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