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미 좋은 시-김백현] 안개타령
- 24-01-15
故 김백현 시인(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안개타령
가네 가네
안개 속 가네
가는 뒷모습 안개 속에 놓고
남은 내 설움 안개 속에 묻네
나의 첫 님
안개 실은 화물차에 무너지고
빨간 꽃 안개로 실려 가네
빈손에 안개 한 움큼
안개 펴서 눈물 닦네
너도 안개 나도 안개
만나서 이슬비 되어버린 우리 사랑
이제는 님의 무덤만큼 먼 이야기인데
안개 낀 이 밤에 다시 돌아와
수줍은 봄인 양
눈물샘에 고였다가 첫 님 적시네
안개밖에 잡히지 않아 손 놓았노라고
소리밖에 들리지 않아 힘 들었노라고
한치 밖에 보이지 않아 길 잃었노라고
그때 말할 걸
다시는 안개 낀 날에 말고
맑은 날 또렷한 사랑 건네리
목쉰 부름으로 안개 밀치고
이 말 전하러
첫 님 더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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