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미 좋은 시-김백현] 안개타령

故 김백현 시인(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안개타령

 

가네 가네

안개 속 가네

가는 뒷모습 안개 속에 놓고

남은 내 설움 안개 속에 묻네


나의 첫 님

안개 실은 화물차에 무너지고

빨간 꽃 안개로 실려 가네

빈손에 안개 한 움큼

안개 펴서 눈물 닦네


너도 안개 나도 안개

만나서 이슬비 되어버린 우리 사랑

이제는 님의 무덤만큼 먼 이야기인데

안개 낀 이 밤에 다시 돌아와

수줍은 봄인 양

눈물샘에 고였다가 첫 님 적시네


안개밖에 잡히지 않아 손 놓았노라고

소리밖에 들리지 않아 힘 들었노라고

한치 밖에 보이지 않아 길 잃었노라고

그때 말할 걸


다시는 안개 낀 날에 말고

맑은 날 또렷한 사랑 건네리

목쉰 부름으로 안개 밀치고

이 말 전하러

첫 님 더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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