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온도 -40도' 혹한의 美아이오와…공화 후보들, 지지층 투표장 견인 총력
- 24-01-15
영하 20도 밑도는 온도, 체감기온은 영하 40도…적설량 1941년 이후 최고
혹한 속 신경전은 치열…혹한에 따른 투표율 저조 예상, 대책 마련 분주
"정말로 춥다. 이렇게 눈이 많이 온 건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선거를 위한 공화당의 첫 대선후보 경선인 아이오와주(州) 코커스(당원대회·1월15일)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뉴스1이 13일(현지시간) 찾은 아이오와는 북극 한파로 영하 20도를 밑도는 혹한과 폭설로 덮여 있었다.
워싱턴DC에서 아이오와주의 주도인 디모인까지 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디모인 공항의 기상조건 악화 등으로 예정보다 2시간이나 지연돼 출발했고, 디모인 공항에 도착해서도 혹한에 따른 장비 고장과 지상 근무 직원 부족 등으로 1시간 동안 기내에서 대기해야만 했다.
디모인 도심에 마련된 아이오와 코커스 미디어센터로 향하는 동안 도로는 한산했다. 눈과 빙판길로 인해 간간이 보이는 차량들은 '거북이 주행'을 했다. 길거리에선 거의 사람들을 찾아볼 수 없었고, 제설 작업을 하는 차량들과 아이오와 코커스를 취재하러 온 것으로 보이는 취재진들이 가끔 눈에 띄었다.
공화당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를 이틀 앞둔 13일(현지시간) 주도인 디모인 시내에 위치한 한 컨벤션센터에 마련된 미디어센터에 기자들이 앉아 있다. 2024.01.13. |
전 세계 취재진들이 모이는 미디어센터도 아직까진 한산했다. 기상 악화로 디모인으로 오는 비행편들이 취소돼 발이 묶인 영향도 있어 보였다.
아이오와에서 만난 주민들도 하나같이 이같은 날씨에 혀를 내둘렀다. 디모인에 있는 한 호텔 직원은 "역대 코커스상 가장 추운 날씨라고 한다"라고 전했고, 디모인 공항에서 만난 한 직원도 "이렇게 눈이 많이 온 것은 처음 본 것 같다"고 했다.
국립기상청에 따르면, 오후 9시45분 현재 디모인의 기온은 섭씨 영하 24도이고, 체감온도는 영하 41도다. 이날 최고기온은 영하 22도였다. 기상청은 적절한 겨울옷을 입지 않은 채 야외에 노출이 될 경우 10분 이내에 동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 언론들도 국립기상청 자료를 인용해 이같은 혹한으로 인해 역대 가장 추운 코커스가 될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현재 코커스 당일인 15일엔 최고기온이 영하 15도(화씨 5도)로 예상되고 있다. 이전에 가장 추웠던 코커스는 지난 2004년으로, 최고 기온이 약 영하 9도(화씨 16도)였다.
디모인에 이번 주 내린 눈은 56.6㎝로, 1941년 이후 가장 많은 적설량으로 기록됐다.
미국 공화당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를 이틀 앞둔 13일(현지시간) 주도인 디모인 시내에 폭설이 내려 눈으로 덮여 있다. 2024.01.13. |
◇혹한, 후보들 선거운동에도 영향…대면 유세 취소·지각 사태도
이 같은 혹한의 날씨는 코커스를 이틀 앞둔 후보들의 선거운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내 유력 대권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초 이날 예정돼 있던 2차례의 대면 유세를 취소하고, 자신의 지지자인 브레나 버드 아이오와주 법무장관과의 대담을 온라인으로 생중계하는 것으로 대체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추격하고 있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와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는 전날 예정됐던 일부 대면유세를 취소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이날 대면 유세를 재개했지만, 혹한의 여파를 비껴가진 못했다. 헤일리 전 대사의 지지자인 마리아네트 밀러 믹스 하원의원은 이날 유세장으로 이동하다 가벼운 교통사고가 났고, 디샌티스 주지사는 웨스트 디모인 행사에 75분이나 지각했다.
◇혹한 속에도 후보들간 신경전은 치열
혹한의 날씨 속에도 후보들간 신경전은 치열하게 진행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온라인 대담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는 헤일리 전 대사를 겨냥해 "글로벌리스트(globalist·세계적 관여주의자)", "글로벌리스트들로부터 많은 돈을 받고 있는 사람"이라며 "저는 헤일리 전 대사가 대통령이 될 만큼 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공격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이날 친(親)트럼프 성향의 기업가 출신인 비벡 라마스와미 후보를 직격하기도 했다. 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라마스와미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은 "다른 쪽에 투표하는 것이다. 이것에 속지 말라. 비벡은 마가(MAGA)가 아니다"라고 적었다.
이는 이번 코커스에서 자신의 과반득표 여부가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인 만큼 지지층에서 이탈표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이에 맞서 헤일리 전 대사는 시더 폴스에서 열린 당원행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대통령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옳든 그르든 늘 혼돈(chaos)이 그를 따라다닌다. 공화당의 혼돈으로는 민주당의 혼돈을 이길 수 없다"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했다.
디샌티스 주지사 역시 이날 카운슬 블러프 유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러분을 멍청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여러분이 자신의 거짓말을 완전히 알아차릴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비난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뒤늦게 아이오와에 오는 것을 겨냥, "우리는 (아이오와에) 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화를 했다. 그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 있을 것이다. 그곳은 아마 화씨 75도(섭씨 영상 24도)일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각 캠프, 혹한이 투표율에 미칠 영향 및 대책 마련 분주
혹한의 날씨는 코커스 참석률을 떨어뜨려 투표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2016년 아이오와 코커스 때 약 18만7000명의 공화당원이 참석했는데, 당시 최고기온은 섭씨 영상 2도(화씨 36도)였다. 일부 캠프에선 역대 최악의 혹한이 찾아온 올해 코커스엔 2016년보다 적은 13만~14만명의 당원이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각 후보들과 선거 캠프는 혹한이 투표율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며 지지자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혹한의 날씨로 인해 열성 지지층이 많지 않은 디샌티스 주지사나 헤일리 전 대사에 대한 지지가 떨어질 수 있는 만큼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유세에서 자신의 팀이 혹한이 투표율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하며 "왜 좋겠느냐. 상대 후보들은 열정이 없어 (혹한의 날씨에) 절대 투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한 표도 잃지 않을 것"이라며 지지층의 코커스 참여를 독려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측은 선거캠프가 지지자들을 코커스 장소로 데려가기 위해 운전자를 포함한 '비상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아이오와주 99개 카운티를 모두 돌았던 디샌티스 주지사는 '지역 조직'에 대한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그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무슨 일이 있어도 코커스와 함께 하는 조직이 있다"면서 "특히 지금처럼 날씨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는 그런 인프라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전날 오후 대면 행사를 취소한 뒤 전화 타운홀 행사를 통해 지지자들에게 추위에 대비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많은 분들이 나가서 코커스에 참여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에게는 구해야 할 나라가 있다. 저도 추위 속에 있을 것이다. 줄을 서야 할 경우를 대비해 옷을 따뜻하게 입으시라"라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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