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구멍에 빨려가지 않도록 살려야만 했다"
- 24-01-11
동체 구멍 보잉 737맥스 여승객 ‘악몽 생환기’ 털어놔
시애틀 타임스 변호사이자 전직 저널리스트 단독 인터뷰
지난 5일 밤 오리건 상공에서 알래스카항공의 737MAX9 기종 동체에 갑자기 구멍이 뚫린 사고가 발생했을 때 바로 구멍 앞좌석에 앉아 있었던 여승객의 ‘악몽 같은 생환기’가 시애틀타임스와의 단독 인터뷰로 소개됐다. 변호사이자 전직 저널리스트인 이 50대 여인은 두려움보다 아들을 살려야 한다는 모성애가 발동돼 ‘전투태세’를 취했다며 당시 상황을 다음과 같이 털어놨다.
폭발음 소리와 함께 아들(15세 고교생)이 앉아 있던 25열 창문 쪽 좌석 바로 뒤 벽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고 기내 공기가 세차게 빠져나갔다. 내 셀폰과 아들 셀폰이 휩쓸려 빨려나갔다. 이윽고 아들 의자가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가운데 자리에 앉아 있던 나는 온 힘을 다해 양팔로 아들의 상체를 끌어 않았다. 내 오른쪽 옆자리의(통로 쪽) 여승객이 우리에게 산소마스크를 착용하도록 도와준 뒤 우리가 구멍으로 빨려나가지 않도록 나를 두 팔로 붙들어줬다.
나는 아들을 안정시키려고 “괜찮다”라는 말을 수십번 외쳤다. T셔츠와 풀오버 재킷을 입고 있었던 아들은 등에 맨살이 들어나 있었다. 내가 너무 세게 아들을 안아 벗겨진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그의 옷들이 찢겨져 있었다. 나는 옆 승객에게 25열 근처에 또 다른 구멍이 생길지 모르니 다른 열 좌석으로 옮기자고 말했지만 구멍에서 들리는 소음 때문에 그녀가 알아듣지 못했다.
기내에 어지럽게 날아다니던 물건들이 조용해진 뒤 옆 승객의 도움으로 아들의 안전벨트를 풀어준 뒤 팔을 뻗어 천장의 도움요청 벨을 눌렀다. 그동안 한 번도 눈에 띄지 않았던 승무원이 우리들 자리에 온 뒤 깜짝 놀라는 기색이었다. 그때까지 비상구 덮개가 떨어져나갔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 같았다. 승무원은 우리 세 명을 앞 쪽 좌석으로 옮겨줬다. 그 쪽 승객들 역시 동체가 구멍 났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나는 그제야 비행기 뒷부분이 떨어져 나가 추락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엄습했다. 나는 종교인이 아니지만 생전 처음 신에게 모든 승객의 생명을 지켜달라고 기도했다. 물론 나는 처음부터 겁이 났지만 동체에 뚫린 구멍 앞에 앉아 있는 아들을 봤을 때 겁에 질리기 보다는 절체절명의 아들을 어떻게든 살려야한다는 ‘전투의식’만 가득했다고 회고했다.
비행기는 비상구 덮개가 떨어져 나간 지 15분만에 포틀랜드공항에 무사히 회항했다. 모든 승객이 안전했지만 아들은 가벼운 찰과상을 입었다. 알래스카항공 직원이 우리를 주차장까지 태워다줬고, 나는 내 차를 운전해 포틀랜드 친구 집으로 가서 가족에게 경위를 알렸다.
알래스카항공 측은 사고 후 발표한 첫 성명에서 승객들이 모두 안전했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사고를 축소시키려는 모양새를 보였기 때문에 화가 나서 시애틀타임스 인터뷰에 응했다. 사고 비행기가 전에도 간헐적으로 기내기압의 강하현상을 보였다는 조종사들의 보고에도 불구하고 이 비행기를 계속 운항시켰는지 여부도 조사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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