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억 주면 국대로 뽑아줄게"…중국 축구 '헛발질' 이유 있었다

중국 관영 CCTV, 반부패 다큐서 축구계 승부조작 등 공개

프로리그 '뒷돈' 주고 승부 조작…협회와 당국도 가담


축구계 고위급 인사와 전직 국가대표 감독이 연루됐던 중국 축구계 비리 사건의 전말이 공개됐다. 돈과 선물을 주고받으며 경기 결과를 조작하거나 국가대표 발탁에 거액이 오간 사실도 드러났다.

10일 훙싱신문 등에 따르면 중앙기율검사위원회와 국가감찰위원회, 중국 CCTV는 최근 4부작의 부패 척결 특집 다큐멘터리 '지속적인 노력, 심도있는 추진'을 제작해 방영했다. 이 가운데 마지막 편인 '함께 삼불부패를 추진하자'에서는 중국 축구계에서 발생한 여러 부패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이 폭로됐다.

해당 다큐멘터리에는 두자오차이 전 국가체육총국 부국장 겸 축구협회 당 서기, 천쉬위안 전 중국축구협회 주석, 리톄 전 중국 남자축구대표팀 감독이 등장한다.

중국 축구계의 부패 사건이 수면위로 드러난 것은 지난 2022년 11월 리톄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당국에 의해 조사를 받으면서다. 리톄는 중국이 월드컵에 참가했던 2002년 한일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끈 스타 출신이다.

은퇴 후 코치로 전향한 리톄 전 감독은 중국 프로리그에서 2개의 팀을 성공적으로 이끈 점을 높게 평가받아 국가대표팀 감독에 선임됐다.

그러나 그가 슈퍼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냈던 배경에는 수차례의 승부조작이 있었다. 그는 2015년 8월 허베이 화샤 싱푸에 입단해 감독을 맡았다. 시즌 9경기를 남긴 상황에서 화샤는 6위에 그쳤으나 구단은 리톄 감독 부임 후 인맥을 동원해 상대팀을 매수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화샤 싱푸구단의 전폭적인 '뒷돈' 거래로 이 구단은 기적의 8연승을 기록하며 슈퍼리그로 승격했다. 부동산 개발사 싱푸가 인수한 화샤 싱푸는 헝다 구단이 축구에 투자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 것을 벤치마킹했고 단기간 내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검은 거래'에도 적극 가담했다. 

구단 측은 최소 비겨야 했던 선전 위헝과의 마지막 경기에 상대팀 선수를 매수하는 방식으로 무려 1400만위안을 집행했다. 결과는 2대 0, 화샤 싱푸의 승리였다.

리톄는 우한 줘얼 감독으로 영입되면서 보다 더 적극적으로 승부 조작에 나섰다. 우한 줘얼 구단 역시 리톄의 승부조작을 지원했고, 슈퍼리그 3라운드 진출에 성공했다.

개별 구단 뿐 아니라 축구계 고위 인사들도 승부조작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했다. 축구협회가 프로 경기의 일정, 심판 배정 등 과정에서 여러차례 부당한 이익을 얻도록 조장하는 분위기가 만연했던 것이다.  

천쉬위안 전 중국축구협회 회은 "나도 프로클럽의 돈을 받았으니 그런 분위기를 단속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만약 그런 분위기를 단속하면 제 발목을 잡는 것이였기 때문"이라고 회상했다.

천 전 회장이 2019년 8월 축구협회 수장으로 선출되자마자 지역의 축구협회 관계자가 각 30만위안(약 5500만원)씩 건넨 것 대표적 사례다.

천 전 회장은 카메라 앞에서 눈물을 보이며 "축구 팬들은 중국 축구가 뒤처지는 것은 포용할 수 있지만 부패는 용서할 수 없다"며 "축구 팬들에게 깊이 사죄하고 싶으며 만약 되돌릴 수 있다면 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급 기관인 국가체육총국도 축구계 비리를 무마하는 데 역할을 했다. 당시 국가체육총국은 프로 축구리그에서 승부조작이 발생하고 있다며 두자오차이 부국장에 조사 및 처리를 지시했지만 두 전 부국장은 이를 '조사 및 연구'로 얼버무렸다.

축구계 비리는 프로리그 뿐 아니라 국가대표팀에도 번졌다. 승부조작으로 프로리그에서 승승장구하던 리톄 전 감독은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되기 위해 전방위적 로비를 펼쳤다.

리톄는 자신이 감독이 되면 '보은'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소속팀인 줘얼에 로비를 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구단 측은 천쉬위안 전 회장에게 200만위안을 건냈고, 당시 축구협회 사무총장인 류이에게도 100만위안을 줬다.

300만위안(약 5억5000만원)의 뒷돈을 주고 2020년 국가대표팀 감독에 선임된 리톄는 자신의 '뒷배'가 됐던 줘얼 구단과 또 '거래'에 나섰다. 당시 리톄 감독은 줘얼 구단과 약 총 6000만위안(약 110억원)에 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계약이 실제로는 줘얼 구단의 선수 4명을 국가대표 명단에 포함시키는 것이라고 CCTV는 전했다.

CCTV는 "팬들은 리톄 감독이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월드컵에 진출하기를 고대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이런 기적이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언급했다.

결국 리톄 전 감독은 2021년 12월 3일 경질됐다.

리톄 전 감독은 "당시의 행동을 후회한다"며 "착실하게 바른 길로 갔어야 했다"고 참회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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