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수필-김행숙] 일월

김행숙(서북미문인협회 회원)

 

일월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니 달도 은혜의 빛이다. 

비뚤비뚤 걸었던 모든 이들에게 똑같이 주어지는 축복의 시간이기도 하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평상적 일지라도 일월이어 가슴으로 소리를 더 낸다. 

과거의 문을 닫고 새로운 문을 열어 주는 새 날에 품고 싶은 아름다운 말들을 가득 담는다. 믿음으로 사랑으로 소망으로, 평범이 좋다는 보통의 인간으로 바라고 원하는 행복을 주절거리고 있다.

올해는 인공관절 수술을 마친 남편의 병실에서 일월을 맞는다. 연골마모로 겪게 되는 통증때문에 수술받은 몇명의 환우와 환우 가족들과 함께하는 송구영신이다. 새해는 통증 없는 무릎으로 마음껏 걸어 볼 수 있으리라는 소망으로 가득하여 특별하다.  

평생토록 사용했던 연골이 마모되어 뼈와 뼈가 부딪칠때 느끼는 통증의 고통이 사라지고 이번 수술로 모두 해처럼 빛나는 걸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추수감사절을 보내고 부산 해운대 백병원에 도착했다. 장거리 여행으로 인한 수술 가능 여부를 알아보기 위한 검진을 했고  입원 3일 만에 수술을 했다. 왼쪽 무릎 수술을 먼저 마치고 2주 후 오른쪽 무릎도 수술을 했다. 기저질환자가 아니어 남편의 회복은 예상했던 것보다 빨랐다. 왼쪽 무릎은 오른쪽 무릎 수술 때의 마취상태에서 꺾어서 고통이 덜했지만 오른쪽 무릎을 꺾게 되는 과정은 통증이 무척 심하여 마약성 진통제와 항생제을 복용해야 했다. 재활을 위한 물리치료 과정, 무릎을 꺾는 과정의 고통은 곁에 있는 사람의 심장까지 조이곤 했다. 

그동안 온 몸을 지탱하며 기둥 역할을 해주었던 두 다리에 새삼 감사가 강물처럼 젖어 흘렀다. 한달이라는 시간에 통증없는 새 무릎을 만들어 내는 경이로운 의술에 놀라며 삶의 질이 상승될 수 있으리라는 믿음으로 태평양을 건넜고 쉽지 않은 선택과 결단의 좋은 결과에 거저 얻을수 없는 것들을 돌아보게 되었다.  

가치와 고통의 관계, 인내, 의지, 안개처럼 피어 오르는 것들이 많다. 곧게 바르게 정직히 일구었다고 믿었던 지난 날들의 여정을 조용히 반추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강하다고 스스로 자처했던 남편도 후회처럼 되뇌이며 고통을 이겨내는 안스러운 모습이 잔잔히 다가온다. 

잘 돌봐라, 무리하게 사용마라 격려의 눈길로 아내를 바라보는 남편. 그동안 자만하게 사용한 내 무릎에게 미안해진다. 

건강한 노후를 위해 두 무릎을 건강히 지켜야겠다. 두 발로 걸을 수 있는 남은 인생을 위해 남편의 손에 두손을 얹고 건배를 한다. 통증 없는 두 다리로 열릴 일월의 문, 미래의 문을 두드린다. 

은혜가 햇살처럼 창가에서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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