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시-김미선] 새해, 아마도 그건 용기

김미선 시인(서북미문인협회 회장)

 

새해, 아마도 그건 용기 

 

새벽이 아직 열리지 않은 뜰

지난 계절을 품은 잎들 사이로 겨울이 젖어들고 있다

푸른 미감을 일깨우던 민트들도 

향기를 줄기 어딘가에 숨긴지 오래다

붉음으로 영역을 넓히던 장미도

젊음을 멈추고 있다

 

모든 꽃잎들이 <쉼>으로 사라져

침묵하는 길목

밥알처럼 빠르게 흩어졌던 산수유꽃 떠올리며

우리는 재빨리 시간의 날개를 세어본다

 

때로는 물 밖인데도 숨이 막힐 만큼 

우리가 까만 밤이 되었을  때

우리는 어둠 속에서 

가만히 눈을 감고 적응했다

 

어느 순간 밤을 모두 털어 낸 몸으로

다시 아침의 옷을 입 듯

어둠이 희미해진 곳에서

눈을 떠야 하는 때를 서서히 알게 된다

 

일월을 출발하여 걷는 거리만큼

무릇 우리는 푸른 직관을 얻게될 것이다

삶은 언제나 우리를 가르치려 하고

우리도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하다

 

밖에 사는 어둠은 때때로

우리가 조바심을 버릴 때 쯤 희미해진다

내려앉았던 어둠이 떠나고 나면 

우리는 손을 잡고 다음 장으로 걸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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