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시-고경호] 12월의 주머니들

고경호 시인(서북미문인협회 회원)

 

12월의 주머니들


노을에 몸을 식히는 저 해는

무엇을 이루고자 했을까

발바닥이 불타도록 

동쪽에서 일어나 서쪽으로 쓰러지며

이루고자 하는 것을 모두 이뤘을까


언 땅을 해치며 피어난 수선화는

무슨 꿈을 안고 살았을까

멍든 가슴에 미소를 지으며

시들어 가는 꽃잎은

꽃잎 펼치듯 꿈을 다 펼쳤을까 


뜨고 지는 해처럼

피고 지는 꽃처럼

12월의 하루가 1월의 하루처럼 질 때

마침내, 갈색을 이뤄낸 나뭇잎은 매달리지만

푸른 숲을 갈망하던 나무는 손절한다


주머니조차 없는 까만 새가

주저앉아 울어대는 겨울

이룬 것도 펼친 것도 없는 빈 주머니 속

연탄집게 손가락이 뒤적거린다

아직, 희망의 불씨가 남아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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