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시-고경호] 12월의 주머니들
- 24-01-03
고경호 시인(서북미문인협회 회원)
12월의 주머니들
노을에 몸을 식히는 저 해는
무엇을 이루고자 했을까
발바닥이 불타도록
동쪽에서 일어나 서쪽으로 쓰러지며
이루고자 하는 것을 모두 이뤘을까
언 땅을 해치며 피어난 수선화는
무슨 꿈을 안고 살았을까
멍든 가슴에 미소를 지으며
시들어 가는 꽃잎은
꽃잎 펼치듯 꿈을 다 펼쳤을까
뜨고 지는 해처럼
피고 지는 꽃처럼
12월의 하루가 1월의 하루처럼 질 때
마침내, 갈색을 이뤄낸 나뭇잎은 매달리지만
푸른 숲을 갈망하던 나무는 손절한다
주머니조차 없는 까만 새가
주저앉아 울어대는 겨울
이룬 것도 펼친 것도 없는 빈 주머니 속
연탄집게 손가락이 뒤적거린다
아직, 희망의 불씨가 남아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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