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수필-이성수] 아기울음 소리가 사방에서 들리는 새해
- 24-01-02
이성수 수필가(서북미문인협회 회원)
아기울음 소리가 사방에서 들리는 새해
우리는 누구나 잠을 자야 한다. 제일 가혹한 고문이 잠 못 자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어려서 잠들 때 어머니나 할머니의 자장가 노랫소리를 들으며 꿈나라로 간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 자장가는 정해져 있다.
“자장 자장 자장 우리 아기 잘도 잔다. 꼬꼬닭아… … “
어머니의 자장가 노래보다 할머니의 자장가 노랫소리를 듣는 것이 훨씬 더 빨리 잠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왜냐하면 어머니는 치아가 빠지지 않아 정확히 발음하기 때문에 다음 노래가 무엇인지 대충 알아 노래에 집중력이 적은데 비해 치아가 빠져 잘 알아듣기 어려운 할머니의 자장 노랫소리는 다음에 무슨 말이 나올까 신경을 집중하기 때문에 잠이 금방 든다.
학교 수업시간에 재미있는 역사시간은 졸리지 않은데 재미없는 수학시간이 더 졸리다. 자지 않으려고 잠과 싸워도 이겨 낼 장사가 없었던 기억이 난다.
아들이 아기일 때 일이다. 나는 아들을 잠재워 내일로 가게 하려고 애를 쓰고, 아들은 오늘에 머물러 있으려고 눈을 초롱초롱 반짝이며 옹알이를 해댔다. 그때 나는 자연스럽게 자장가를 생각해냈다.
학교에서 배운 자장가도 있었지만, 어머니나 할머니가 우리들을 업고 불러 주시던 자장가는 짧은 가사지만 아기가 잠을 안자면 계속하여 부르셨다. 그래도 성이 안차면 마음대로 작사하여 부르곤 하셨다.
우리 6남매를 모조리 업어서 키우시느라 할머니는 허리가 바짝 굽으셨다. 다행히 위로 누나가 있기에 밑의 동생들을 많이 업어 키웠다.
늦은 밤. 잠을 자지 않고 울거나, 잠에서 깨서 보채는 동생을 들쳐 업고 토닥이며 불러 주시던 어머니나 할머니의 그 자장가 노랫소리는 내 유년시절 왠지 구슬프고 처량하게 나에게 와닿곤 했다.
나는 아들을 재울 때 그런 청승맞고 구슬픈 자장가를 부르지 않으려고 했지만 나도 그 애조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나는 아들에게 구전(口傳)재래동요 자장가 외에 더 어필할 수 있는 자장가를 찾기로 하였다.
그 노래는 한인현(이흥렬 작곡)의 ‘섬집 아기’였다.(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나는 한인현 선생의 ‘섬집 아기’를 아들의 자장가로 삼았다. 아들은 유독 섬집 아기 노래를 좋아하는지 이 노래를 계속 듣다가는 뒤쳐 가며 잠을 청하다가 얼마 후에 잠이 들었다. 아들은 꿈나라에서 부르는 앳된 소녀의 은은한 자장노래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가로 들렸을까?
섬집 아기 노래를 듣노라면 구구절절이 내가 체험하는 것 같이 생생하였다. 아기를 혼자 남겨 놓고 굴을 따는 어머니는 하루 종일 정신이 혼자 집에 있는 아기에만 있었다. 급기야 갈매기 울음소리에 정신이 들어 굴을 따는 일도 중단하고 모래 길을 달음박질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나의 마음에 감동을 주었다.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아기를 보기가 힘들었다. 20~30년 전만 해도 아기를 업고 다니던 젊은 엄마가 많이 눈에 띠고, 골목마다 동생을 업고 노는 애들이 수두룩했었다. 그런데 요즈음 20~30대의 젊은 층이 ‘연애’(戀愛)를 안하려 들고 연애를 하더라도 결혼을 꺼리며, 결혼(結婚)을 하더라도 출산(出産)을 포기하는 삼포(三抛)현상 때문에 그런 모습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50년 후에는 1,400만 명이나 줄어 경기도 하나가 없어진다니 심각한 인구절벽이다.
우리 선조들은 집안에서 삼락성(三樂聲)소리가 들려야 그 집이 융성(隆盛)한다고 했다. 즉 아기의 울음소리, 글 읽는 소리, 베 짜는 소리이다. 대를 이어주는 아기를 낳지 않아 아기의 울음소리가 사라지고, 아기를 재우는 자장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새해는 아기 울음소리가 끊어지지 않고, 잠을 재우는 자장가 노랫소리가 사방에서 들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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