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확인 소문 유포부터 무리한 경찰 수사까지"…이선균 극단 선택 이유는

수사 과정 과도한 노출·무분별한 허위사실 유포 부담감 컸을 듯

전문가 "연예인 조사, 특수성 감안 필요…온라인 특성상 자극적"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배우 이선균씨가 27일 오전 숨진 채 발견됐다. 일각에선 확인되지 않은 루머에 대한 무분별한 노출, 경찰 수사 과정의 과도한 공개 등이 그를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이날 오전 10시12분쯤 "전날 집을 나가 현재까지 돌아오지 않았다"는 이씨 매니저의 신고를 받고 출동, 20여분 뒤 서울 성북구의 한 공용주차장에 세워진 차 안에서 이미 숨진 이씨를 발견했다. 사고 현장엔 극단적 선택 시도 정황이 확인됐다.

경찰은 이씨가 이미 숨이 끊어진 상태로 발견된 점, 타살 혐의점 등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이씨에 대한 부검을 진행하지 않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현재 이씨의 빈소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조문객 외의 빈소 출입은 통제되고 있다.

이씨는 지난 10월부터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대마·향정 혐의로 입건돼 경찰 수사를 받아왔다. 그는 강남의 한 유흥업소 실장인 A씨의 자택에서 대마초, 케타민 등을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이씨는 마약 투약 사실 자체는 인정했지만 A씨가 준 약을 수면제로 인식했다며 줄곧 고의성을 부정해 왔다. 또한 자신의 마약 투약 혐의와 관련된 증거가 유흥업소 여자 실장의 진술뿐이라며 지난 26일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진행하길 원한다는 의견서를 경찰에 제출하기도 했다. 국립과학수사원에 따르면 이씨는 1차(모방), 2차(겨드랑이털) 정밀 검사는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수사과정의 과도한 노출·무분벌한 허위사실 유포

이씨의 사망이 알려진 직후 댓글 창 등 온라인 공간에선 실시간으로 중계된 이씨의 수사절차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경찰 수사 과정이 온라인에 자세히 노출되며 얼굴이 잘 알려진 배우인 이씨의 심리적 압박감이 상당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씨는 3차례가량 이어진 조사에선 언론에 공개되는 소환 방식에 응했으나 26일 경찰 측에 제출한 의견서에선 언론 비공개로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원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전 한국범죄심리학회장)는 "공인의 신분으로 받은 경찰 조사 과정이 고스란히 온라인에 노출된 점, 연루된 마약 범죄 이슈가 유흥업소와 연관되며 선정성이 부각된 점 등을 고려하면 수치심 등 심적 부담감이 다른 사람보다 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성범죄 피해 여성 등 조사받는 상황 자체가 피해자 및 참고인에게 심리적 트라우마를 유발하는 경우 수사관의 태도, 진술 장소 등에 대한 지침을 수사기관이 준수하도록 권장한다"라며 "연예인 출석 조사 등 상황에서도 이같은 특수성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경찰은 강압적인 방식 없이 적법한 방식에 따라 수사를 이어왔다는 입장이다. 이씨의 수사를 담당한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변호인 입회하에 수사 절차를 밟았고 야간 조사도 본인 동의를 받고 이뤄졌다"라며 "(유흥업소 여자 실장) 진술뿐만 아니라 여러 증거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사를 진행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녹취록 등 확인되지 않은 사실, SNS에 유포

마약 범죄 대신 선정적 묘사에 치중한 콘텐츠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씨가 경찰 조사를 받기 시작한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비롯한 온라인 공간에선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녹취록, 유흥업소 여자 실장과의 관계와 마약 범죄 연관성 등을 중점적으로 다룬 여러 글과 영상이 공유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유현재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한국자살예방협회 방송문화위원장)는 "'클릭 수'에 기반한 주요 온라인 콘텐츠들의 수익 구조가 선정적, 서사적으로 구현돼 왔던 마약 이슈와 맞물리면서 자극적 보도가 양산된 것"이라면서 "마약 콘텐츠를 의료 및 범죄 보도적 관점 등으로 건조하게 처리하지 않으면 대중들은 이를 흥미 위주로 가볍게 인식할 수밖에 없다. 이슈의 근본적 틀 자체를 어떻게 짤지 고민할 때"라고 지적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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