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예수 낳은 레즈비언 커플?…성당 말구유 장식에 伊 전역 발칵
- 23-12-26
"다양한 가족상 보여주려" 해명에도…'명백한 불경' 규탄청원 2만명 서명
이탈리아의 한 성당에서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리는 베들레헴 말구유 장식에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성 요셉 대신 두 명의 여성을 전면에 배치하자 이탈리아 전역이 발칵 뒤집혔다.
성당 측은 다양한 가족상을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항변했지만, 불경스럽다는 이유로 이를 규탄하는 청원이 현지 시민단체에 의해 올라오는가하면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23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문제가 된 말구유는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 인근 아벨리노에 위치한 성 베드로와 바오로 성당에 등장했다. 말구유에 누인 아기 예수 왼편엔 성모 마리아가, 오른편엔 정체불명의 여성이 마리아의 남편 요셉을 대신했다.
이 여성은 성소수자의 상징인 '무지개색' 스카프를 두른 채 마리아와 함께 두 손을 모아 기도를 올렸다. 진보 좌파 성향의 비탈리아노 델라 살라 신부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이 장면을 통해 우리 주변에 전통적인 가족상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 본당에는 별거하거나 이혼한 사람의 자녀, 동성애자 커플, 독신자, 미혼모 등 새로운 유형의 가족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동성 커플도 사제 축복을 받을 수 있도록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이 허용한 만큼 자신의 기획 의도가 교회의 뜻에 배치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아기 예수의 생물학적 어머니로 레즈비언 커플을 상징한 말구유가 조성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가톨릭 신자가 많은 이탈리아에선 동성혼을 엄격히 금지하는 교회의 가르침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낙태(임신중절)와 동성혼에 반대하는 이탈리아 시민단체 '프로 비타&파밀리아'(생명과 가족을 위한 모임이란 뜻)는 말구유 장식이 "위험할 뿐만 아니라 수치스럽고 불경스럽다"면서 아벨리노 주교를 상대로 개입을 촉구하는 온라인 청원을 지난 22일 시작했다. 청원에는 24일 기준 2만3000여명이 서명해 목표 인원의 95%를 채운 상태다.
보수 우파 정치인도 비판 행렬에 동참했다. 우파 연정에 속한 전진이탈리아당(FI)의 마우리치오 가스파리 상원의원은 "(아기예수와 마리아, 요셉으로 구성된) 성스러운 가족을 향해 존경과 헌신을 가지고 있는 모든 이들을 불쾌하게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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