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성탄전야 미사 "정의는 힘의 과시에서 나오지 않아"

중동 지칭 안했지만 폭력과 전쟁 수차례 언급

"우리 마음 베들레헴에…평강의왕 또 거부당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탄절 전야인 24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하며 세계 평화를 거듭 호소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어 이스라엘·하마스 교전까지 겹치면서 전 세계가 전쟁으로 신음하는 가운데 나온 메시지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성탄 전야 미사에서 "오늘 밤, 우리 마음은 베들레헴에 있다"며 "이곳에서 평강의 왕이 헛된 전쟁 논리에 의해 또 다시 거부당했다. 오늘날에도 이 분은 이 세상에 오실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어 "정의는 힘의 과시에서 나오지 않는다"면서 "예수님은 높은 자리에서 힘을 과시해 불의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낮은 자리에서 사랑을 보여 불의를 없애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밤, 사랑이 역사를 바꾼다"고 강조했다.

예수 그리스도가 출생한 도시 베들레헴은 오늘날 팔레스타인 자치구역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있다. 베들레헴 내 성당과 교회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교전이 80일 가까이 이어지면서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자 이날 성탄 전야 행사를 일찌감치 취소했다.

중동 정세를 직접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지에서 미사와 예배가 중단된 상황을 거론하며 지난 10월 이스라엘을 기습한 하마스와 이에 대한 보복으로 가자지구 내 지상작전을 강행하는 이스라엘을 모두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미사 강론에선 폭력과 전쟁이 수차례 언급됐다고 AFP는 짚었다. 

앞서 열린 삼종기도에서 교황은 "우리는 전쟁으로 고통받는 형제자매들과 가까이에 있다"며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우크라이나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성 베드로 대성당에는 로이터 추산 6500명의 가톨릭 신자가 모여 교황이 집전한 성탄 전야 미사에 참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탄절 당일인 오는 25일 낮 12시(한국시간 오후 8시) 강복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라틴어로 '도시 로마와 전세계에'라는 뜻)를 발표할 예정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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