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렁'한 아기예수 탄생지 베들레헴…이·팔 전쟁에 전야제 취소

성탄 트리·퍼레이드 대신 휴전촉구 현수막

예루살렘 총대주교 "적대행위 즉각중단"


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현지시간) 아기 예수가 탄생한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도시 베들레헴에선 예년과 같은 성대한 전야제는 열리지 않았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교전이 80일 가까이 이어지면서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자 현지 기독교 단체들이 팔레스타인 자치구역인 서안지구 내 대규모 축하 행사를 자제하기로 일찌감치 약속했기 때문이다.

AFP 통신에 따르면 이날 피에르바티스타 피자발라 로마 가톨릭 예루살렘 총대주교는 붉은 사제복을 입고 이날 베들레헴의 성당에 도착해 성탄 전야 미사를 집전했다. 

그는 이날 강론에서 전쟁지인 가자지구를 언급하며 "우리의 마음은 가자지구의 모든 이들을 향한다. 특히 고통받고 있는 가자지구 내 기독교 공동체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폭력은 폭력을 낳는다"며 "교전 중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적대 행위를 즉각 멈추는 한편 국면을 완전히 전환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베들레헴 중앙에 있는 구유 광장에는 매년 11월 중순부터 1월까지 성대한 성탄 트리가 세워지고 화려한 조명이 거리 곳곳을 수놓지만, 올해에는 이러한 장식 대신 팔레스타인 깃발과 휴전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즐비했다고 AFP는 전했다.

예루살렘 총대주교의 베들레헴 입성 시 매년 열리던 각종 퍼레이드와 공연도 취소됐다. 총대주교와 베들레헴 내 주요 교회 대표들은 지난달 공동 성명을 통해 전쟁 중인 만큼 불필요한 축제를 자제하는 대신 성탄절의 본질에 집중하는 한편 가자지구에서 고통받는 이들과 연대하겠다는 뜻을 표명한 바 있다.

성탄을 맞는 가자지구의 풍경도 서안지구와 다르지 않았다. 가자지구에 거주하는 나빌라 살라 로마 가톨릭 수녀는 이날 AFP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성탄절 행사가 일제히 취소됐다"면서 "종소리 대신 전차와 포격 소리가 들리는데 어떻게 우리가 잔치를 벌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기구는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상실과 슬픔, 파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메리 크리스마스'를 기원하기는 난망하다"고 꼬집었다. 하마스 치하의 가자지구 보건부는 개전 이후 이날까지 2만424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가자지구에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산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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