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왜 남는 백신 안 줄까…"자국 비축분·까다로운 유통 탓"
- 21-05-17
모더나 2700만개·화이자 3500만개 이상 여유분
블룸버그 "남은 물량 있지만 '국민 보호' 먼저"
미국이 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다른 나라들과 공유하지 못하는 배경에는 시스템적인 문제와 함께 결국 자국민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해외로 보낼 준비가 된 미국의 숨겨진 백신 비축품은 없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미국의 현 백신 상황을 조명했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예방접종이 점차 느려지고 그 용량이 축적됨에 따라 미국은 보건, 윤리 및 외교적인 갈림길 위에 서있다"며 라이벌인 중국의 경우, 코로나19 백신을 다른 나라들에 투입하면서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미국 전역에는 미사용 모더나 백신이 2700만개 이상, 화이자·바이오엔텍 백신이 3500만개 이상 있다.
이 때문에 저명한 공중 보건의들 사이에서는 "미국의 잉여 백신을 드라이아이스로 포장해 인도와 같이 코로나19가 심각한 곳으로 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비축분을 상자에 넣어 발송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쉽지 않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일례로 수천만 개의 모더나 백신이 한 창고에 준비돼 있지 않다.
미국 대부분의 미사용 백신 선량은 주 시설, 지역약국, 예방접종 장소 등으로 수만 곳에 흩어져 있다. 이 제품들을 모두 모아 해외로 보내는 일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모더나, 화이자와 같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으로 만든 백신들은 보관이나 배송이 그렇지 않은 백신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아울러 화이자 백신의 경우, 최근 12~15세 사이의 청소년들도 맞을 수 있도록 허가돼 '10대 예방접종'을 위한 미국 국내 노력에 반드시 필요한 백신이 된 상황이다.
소아과 의사이자 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 대행이었던 리처드 베서는 "예방접종에 대한 윤리적 접근에 진정으로 관심이 있었다면 우리는 각국의 가장 취약계층에게 백신을 접종했을테지만 그것은 정치적 현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각국은 자국을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은 자국민들이 백신을 더 맞게 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백악관 코로나19 고문인 앤디 슬라비트는 최근 기자들에게 "이기고 있을 때 더 세게 눌러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의 목표는 7월4일 이전에 미국 성인의 70%가 코로나19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다.
백신량이 생각보다 많지 않은 문제도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일례로 모더나 백신은 한 달에 4000만~5000만회 분량이 생산되며 CDC에 따르면 약 1억4000만회 분량이 이번 주에 이미 각 주 등으로 이동됐다.
즉, 이 같은 상황상 제조 지연이 잠깐이라도 발생한다면 백신은 쉽게 소실될 수 있는 양이라는 뜻이다.
이런 가운데 화이자의 경우, 5월 말까지 미국에 2억2000만회 분량의 백신 공급을 약속했으며 이미 1억7000만회 이상의 양이 전달됐다.
화이자는 매주 미국의 주문보다 더 많은 양의 백신을 생산하고 있다. 이에 브라질과 같이 코로나19로부터 심각한 타격을 입은 곳을 포함해 북미, 남미에 이미 초과 백신을 판매하고 있다. 캐나다, 멕시코, 우루과이는 모두 화이자 백신을 받고 있다.
화이자는 생산 능력을 극대화해 해외로 더 많은 양을 판매할 계획으로, 미국에서의 국내적 의무를 다한 뒤에는 더 이상 백신 유통에 대한 통제를 받지 않는다.
블룸버그는 "미국에서 필요한 양보다 더 많은 양의 백신을 제조하는 이 방법은 mRNA 백신을 해외에서 더 많이 접종하게 할 수 있는 거의 확실한 길"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미사용 백신이 해외로 전달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도움은 거의 티도 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전 세계에는 수백만 개가 아니라 수십억 개의 백신이 필요하며 이에 따라 지금 코로나19 위기에 처한 곳들은 백신의 도움이 도착하기 전, 발병 문제로 먼저 불타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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