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별 통보한 시애틀 한인여성 살해범에 종신형 선고돼
- 23-12-19
살해범 법원 접근명령 어기고 한달간 지속적 스토킹
피해자 글로리아 최씨 수차례 신고, 경찰 대응 부적절
시애틀 한인 2세 여자 친구로부터 결별을 통보받은 후 앙심을 품고 한 달 넘게 스토킹을 한 끝에 살해한 살인범에게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선고됐다.
이 사건은 피해자인 시애틀 한인 여성이 가해자에게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해 여러 차례 신고를 했지만 경찰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결국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것이어서 경찰 등 사법 당국의 대응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월2일 타코마 인근 레이크우드 지역에서 한인 2세 글로리아 최씨(사진)를 총격 살해한 전 남자친구 윌리엄 리 릭먼이 최근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지역매체 더 뉴스 트리뷴에 따르면 총 8일간의 재판과 2시간의 심의 끝에 배심원단은 지난 7일 릭먼에게 1급살인 혐의로 유죄를 선고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배심원들은 릭먼이 총기로 무장한 채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고 피해자에게 접근해 총격을 가한 것에 대해 가중처벌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제임스 에드먼드 머피 판사는 릭먼의 죄질이 무거워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숨진 최씨는 범행 발생 2개월 전 릭먼과 결별했다. 결별 통보를 받고 앙심을 품은 릭먼은 지속적으로 최씨를 괴롭혔고 최씨는 피어스, 서스틴, 루이스 카운티의 경찰국에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경찰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결국 최씨가 근무했던 라쿠드 호텔에서 몇 블록 떨어진 곳에서 릭먼에게 총격 살해당했다.
검찰은 2021년 당시 릭먼이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고 한 달 이상 최씨를 지속적으로 스토킹했다고 주장했다. 사망 전 최씨는 릭먼이 최씨가 직장동료와 저녁을 먹는 동안 가방과 랩탑을 훔치고, 최씨의 소지품에 추적 장치를 달고, 타이어에 구멍을 내는 등 지속적으로 스토킹한 내용을 경찰에 잇달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최씨는 3개 카운티에서 한 달 동안 최소 11번 릭먼을 신고했다.
사건 당일 최씨의 신고가 녹음된 기록에 따르면 저녁 7시25분께 최씨는 911에 전화를 걸어 다급한 목소리로 무장한 전 남자친구에게 차량으로 추격당하고 있다며 빨리 와달라고 비명을 질렀다. 곧바로 차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총격 소리가 이어졌다. 최씨는 총격을 당하기 직전 한국어로 ‘엄마’라고 울부짖었다.
출동한 경찰은 전봇대를 들이받은 자신의 포드 픽업트럭 안에서 총에 맞아 숨진 최씨를 발견했다. 검시국의 보고에 따르면 최씨는 등과 팔에 10발의 총을 맞고 사망했다. 당시 최씨의 픽업트럭에는 14개의 총알 자국이 있었으며 현장에서는 12개의 탄피가 회수됐다.
최씨가 살해당하고 나서 3일 후 릭먼의 체포 영장이 발부됐고 그는 1월7일 캘리포니아의 험볼트 카운티에서 체포됐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릭먼은 1993년부터 2009년까지 2건의 중죄와 4건의 경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으며 이 중에는 가정 폭력 관련 혐의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최씨의 유가족은 지난 9월 레이크우드 시당국과 경찰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최씨 유가족의 변호인들은 릭먼이 최씨에게 접근금지 명령을 반복적으로 어기고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도 릭먼을 체포하지 않아 결국 최씨가 살해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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