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칼럼-최인근 목사] 존재의 이유

최인근 목사(시애틀 빌립보장로교회 담임)

 

존재의 이유 

 

<25시>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주인공 요한 모리츠는 농사를 지으며 무식하지만 순박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혼란의 물결에 휩쓸려 이유없이 고생을 하게 되는데 한 때는 유태인으로 오해를 받아 이곳저곳으로 끌려 다니며 고문을 당하고 멸시와 박해를 당했습니다. 

여기저기 끌려 다니던 주인공은 마침내 연합군에 체포돼 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재판관이 “너의 진짜 신분이 무엇이냐?”고 묻자 모리츠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습니다. 너무 많은 고생을 했고 타인에 의해 멸시를 받기도 하고 칭송을 받기도 해 정말 자신이 누군지 몰랐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늘 날을 살아가면서 자신이 누구인지, 또 어디에 속해 있는지를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자신이 부모인지 자식인지, 자신이 사업주인지 종업원인지, 자신이 하나님을 섬기는 신자인지 하나님을 복주는 자로 알고 하나님도 지시하며 살아가는 기복자인지, 잘 모른 채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눈뜨면 일 나가기 바쁘고 집에 돌아오면 잠자기 급한 나날 속에서 진정한 자아를 상실한 채 그렇게 반복되는 삶의 패턴에 몸과 마음을 맡기고 살아갑니다. 그런데 오늘 누군가가 “당신은 누구입니까?”라고 묻는다면 과연 자신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대답할 수 있겠습니까? 코로나로 오랫동안 집안에 갇혀 심신이 지쳐 있는 우리들에게 소리 소문도 없이 가정의 달 5월이 찾아왔습니다. 

가정의 달이란 말이 무색하게 지구촌에서는 잔인한 가족 학대와 살해가 전에 없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사건은 한결 같이 자신이 누구인지 자아에 대한 바른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일어난 비극입니다. 이 같은 말세의 현실을 미리 내다보기라도 하신 듯 하나님께서는 “부모를 공경하면 땅에서 잘 되고 장수하리라”고 놀라운 축복을 보장해 두셨고(에베소서6:1-3), 반대로 “부모를 거역하면 돌로 쳐죽이라”고 명령하셨습니다.(신명기21:18-21)

하나님은 왜 부모에 대해 이토록 축복과 저주를 동시에 준비하고 성도들에게 명령해오셨을까요? 거기에는 절대적인 진리 하나가 숨어 있습니다. 하나님은 하나님을 배신하고 타락한 인류를 그대로 심판하지 않으시고, 그 숱한 죄인들 가운데서 하나님의 자녀들이 되고 천국을 상속할 수 있도록 구원받을 자를 미리 예정하시고 선택해 두셨습니다. 그것도 이 세상에 태어나기도 전에 말입니다.

그렇게 택해 놓으신 우리들이 이 세상에 태어날 수 있도록 우리들에게 부모님을 보내주셨던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 부모님들의 존재 이유입니다. 

이렇게 해서 이 땅에 태어난 자녀들이라면 어떻게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하겠습니까? 먼저 선택해 주신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또한 우리들을 이 땅에 존재하게 하신 부모님을 공경해야 합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이 같은 하나님의 뜻을 따라 부모님을 공경하면 땅에서 잘 되고 장수하는 축복까지 준비하셨던 것입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오늘날 이 같은 하나님의 뜻을 따라 부모님을 공경하고 섬기는 자녀들을 찾아보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말세가 되어 인간이 그 존재의 이유를 망각하고 오로지 자기 자신의 유익만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눈에 보이는 제 부모님도 섬기지 못하는 인간들이 눈에도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섬기기란 불가능한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그 같은 자식들을 돌로 쳐 죽이라고 명령하셨던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왜 이 땅에 존재하는 것일까요? 출세하고 돈을 많이 벌어 떳떳하게 이 세상에서 군림하고 살아가기 위해서입니까? 그러다가 만약 오늘이라도 우리의 생명 줄을 쥐고 계시는 하나님께서 부르신다면 그 모든 것들이 다 무슨 유익이 있겠습니까? 

하나님을 섬기며 부모님을 공경하는 바른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오늘 우리들을 이 땅에 존재하게 하신 하나님의 뜻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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