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인질들 통제하기 위해 정신과 약물 투여했다"

석방인질 진료한 이스라엘 의사 증언…"아이들 통제하려고 케타민 주입"

"환자 상당수, 자살충동·PTSD 겪어" …"이스라엘 인구 5%도 PTSD 위험군"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억류한 인질들을 상대로 감정을 조절하려는 목적으로 정신과 약물을 투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가족들이 살아있는데도 사망했다고 통보하는 등 심리적 학대를 일삼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AFP 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텔아비브 이칠로프 병원의 레나 에이탄 정신건강의학과 과장은 최근 하마스 석방 인질 14명을 진료한 결과 이들 중 일부는 신경안정제인 벤조디아제핀을 억류 기간 복용했다고 11일(현지시간) 밝혔다.

에이탄 과장은 "그들(하마스)은 아이들을 통제하고 싶었지만 때로는 이들을 통제하기 어려웠다"면서 "약을 먹이면 조용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 소녀는 몇주 동안 케타민을 투여받았다"며 "아이에게 이런 짓을 하다니 믿을 수 없다"고 분노했다. 정맥에 주사하는 케타민은 몸과 주변이 분리돼 사지에 대한 감각이 사라지는 느낌을 갖게 하는 해리성 마취제다. 

20년 동안 각종 사건·사고 트라우마 피해자를 치료해 왔다는 에이탄 과장은 "이런 일은 처음봤다"며 "돌아온 인질들이 당했던 신체적·정신적 학대는 정말 끔찍하다. 교과서를 다시 써야할 정도"라고 말했다.

한 인질은 아내가 이스라엘에 멀쩡히 살아있는데도 하마스 대원으로부터 사망했다는 거짓말을 들었다. 부모와 떨어진 아이들은 잔인한 동영상을 시청해야만 했다. 한 환자는 나흘 넘게 어둠 속에 갇혀 있었다.

에이탄 과장은 "이들이 환각 증세를 보이는 등 정신질환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억류 기간에 자해를 했다는 보고도 있으며 일부 인질들은 석방된 이후에도 자살 충동을 느낀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질 상당수는 현재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치료를 받고 있다. 에이탄 과장은 "그들은 자신들이 이칠로프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사실을 알다가도 어느 순간 하마스로 돌려보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10월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으로 시작된 전쟁으로 이스라엘 인구의 5%인 40만명 정도는 앞으로 PTSD를 경험할 것으로 에이탄 과장은 내다봤다. 이를 감안해 이스라엘 정부는 PTSD 전문 치료센터 설립 계획을 수립했다.

이칠로프 병원에 입원한 토메르 자딕(24)도 이번 전쟁으로 PTSD를 겪고 있는 환자다.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패러글라이더를 타고 이스라엘 남부의 음악축제 현장을 덮친 날, 자딕은 무장대원이 쏜 총을 팔에 맞았지만 몇시간 동안 몸을 숨긴 덕분에 살해·납치되지 않고 극적으로 살아남았다.

그는 "그곳에서 벌어진 잔혹 행위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덜하긴 하지만 공격 당시 악몽을 여전히 꾸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마스는 육체적인 것 외에도 (정신적으로) 우리를 부수고 싶어 했다"면서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일까지 이어진 휴전기간 모두 105명의 인질이 하마스 손아귀에서 풀려났다. 그러나 137명의 인질이 여전히 가자지구에 억류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 당국은 남은 인질 중 최소 2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인질 석방을 위해선 군사적 압력을 높여야 한다"며 가자지구 남부에서 지상작전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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