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미 좋은 시-이춘혜] 눈꽃이 휘날리던 날
- 23-12-11
이춘혜 시인(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눈꽃이 휘날리던 날
무한 천공에서
수 없이 낙하하여 절망의 땅에 이르는 눈꽃들
그리운 소식을 전하려 소리 없이 흩날리느뇨
지상을 향해 흩뿌리는 눈을 맞으며
나무는 자신이
살아남으리라 고는 생각지 않았었다
차가운 대지가 자신을 동결시켰기에
자신이 다시 깨어날 것이라 곤 미처 몰랐었다
눈꽃이 휘날리던 날
춥고 어두운 땅속에서
길고 긴 동면의 시간이 흐른 후
초봄의 연약한 빛속에서 다시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가는 법을 기억해 내고는 삶에 의욕을 느꼈다
자연에는 경이롭고 장엄하고
신비로운 무언가 있지 않을까?
산천 초목은 죄를 짖지 않기에
보이지 않는 조물주의 애틋한 사랑이
대자연을 보호하는 게 아닐까
현재 나는 아무런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드넓은 사랑의 품 안에서
길고 험한 삶의 여정을 노래한다
이생의 삶이 더할 수 없이 아름다운 것임을
삶에 모험을 이룩하자
아직은 철 이른 초봄의 살을 에이는 바람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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