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극우 바람이 분다…'네덜란드 트럼프' 승리에 '들썩'
- 23-11-25
유럽 극우 지도자들 일제히 '환영'하며 우경화 물결
내년 6월 유럽의회 의원 선거 결과에도 관심 '주목'
네덜란드 총선에서 강경 반이슬람‧반이민 성향의 극우 정당 자유당(PVV)이 압도적인 승리를 차지하면서, 유럽 내 '극우 돌풍'에 본격 불이 붙는 분위기다. 특히 ‘네덜란드판 트럼프’로 불리며 네덜란드의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넥시트(NEXIT)’를 내세우는 헤이르트 빌더르스 자유당 대표가 차기 총리로 오를 경우 유럽 정계에 지각변동이 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25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22일 치러진 네덜란드 총선 결과, 극우 성향의 헤이르트 빌더르스가 이끄는 자유당이 150석 중 총 37석을 차지하는 게 확실시됐다.
좌파 성향의 녹색당·노동당 연합(GL-PvdA)이 25석, 현 연립정부의 집권 여당인 자유민주당(VVD)은 23석을 차지할 것이란 예상이다.
네덜란드는 양원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상원엔 큰 권한이 없어 하원이 사실상 주도한다.
자유당 대표 빌더르스는 반(反)이민 정책과 반이슬람주의를 강력히 지지하는 인물로, 그가 총리로 오를 경우 네덜란드에 급격한 우경화 바람이 불 전망이다.
빌더르스는 공개석상에서 모로코인들을 “쓰레기”라고 칭하고 무슬림을 추방하자고 주장하는 등 매우 극단적인 반이슬람 성향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또 꾸란(코란)과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를 금지하겠다고 공언, 이슬람에 대해선 "지체된 문화의 이데올로기(an ideology of a retarded culture)"라고 칭할 정도다.
공개석상에서의 이 같은 강경 발언으로 재판에 섰음에도 불구하고 "자유를 위해 싸운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며 오히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내년6월 유럽의회 의원 선거에도 '촉각'
FT는 이 같은 빌더르스의 승리가 EU 국가들의 반이민 정책에 불씨를 지필 것이며, 내년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강경 우파 정당들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여론조사기관 입소스 등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네덜란드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망명과 이민 등을 주요 이슈로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빌더르스는 승리 후 "네덜란드 국민들이 나라를 되찾고 망명과 이민의 쓰나미를 끝내겠다"고 공언하는 등 강력한 반이민정책을 펼치는 인물이다. 실제 네덜란드의 연간 순 이민자 수는 지난해 22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되며, 주민들의 주택난도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우파 정치인들은 신규 이민자들로 인해 젊은 층과 저소득층이 집을 살 수 없는 주택난이 악화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라 유럽뿐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에 극우 열풍이 퍼질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이번 네덜란드 총선 결과를 두고 유럽 내 타국 극우 성향 정치인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 내년 6월 EU 27개 회원국을 대표하는 유럽의회 의원 선거의 결과에도 국제사회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 마린 르펜 대표는 “국가 정체성을 지키는 데 대한 국민들의 수요가 커지고 있는 것을 확인한 이번 선거에서 빌더르스와 PVV가 뛰어날 성과를 거둔 것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극우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도 극우 바람에 가세하고 있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는 "새로운 유럽이 가능하다“고 기뻐했다.
벨기에 극우 지도자 톰 반 그리스켄은 "이번 승리에 대해 빌더르스에게 축하를 전하고 싶다”면서 “사람들이 진정한 변화를 갈망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극우 성향의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환영했다.
이처럼 유럽 내 극우 돌풍이 곳곳에서 일고 있는 가운데,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강경 우파 정당이 의석의 다수를 차지할 것이란 관측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한편 빌더르스에겐 이제 연립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주요 정당의 지지를 얻는 것이 첫 관문으로 다가오게 됐다.
앞서 주요 정당 지도자들이 자유당에 협력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왔던 만큼, 강경 정책들을 조금씩 양보해 연정을 구성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될 전망이라고 FT는 분석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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