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 생가가 경찰서로…시민사회 "역사적 교훈으로 남겨둬야" 반발
- 23-11-20
오스트리아 정부 "박물관은 극우 세력 결집할 수 있어 반대"
시민사회 "오스트리아의 나치 부역 과거사 지우는 작업"
"평화와 자유 그리고 민주주의를 위해, 다시는 파시즘이 없기를, 수백만의 죽음이 경고한다"
독일과의 국경에 위치한 오스트리아 오버외스터라이히주(州)의 작은 마을인 브라우나우암인의 한 저택 앞 비석에 이러한 문구가 적혀있다. 평범해 보이지만 이곳은 제2차 대전을 일으킨 전범 아돌프 히틀러가 태어난 곳이다.
오스트리아 정부가 히틀러의 생가를 경찰서로 리모델링(구조 변경)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역사적 교훈을 위해서라도 건물을 박물관 등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고 뉴욕타임스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실 브라우나우암인의 주민들은 수년 동안 관광객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하거나 네오나치가 히틀러의 생일에 촛불이나 화환을 들고 나타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건물에 대해 별다른 생각을 하진 않았다.
그러나 지난 2017년 오스트리아 정부는 히틀러 생가의 상징성과 악용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결국 건물을 경찰서로 개조하겠다고 발표했다. 극우주의자들의 결집을 막고 과거사를 청산한다는 이유에서다.
본격적인 공사는 10월 시작됐다. 그러나 히틀러 생가가 경찰서로 바뀌는 데 대해 반대하는 시민 사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역사 교사인 아네트 포머(32)는 이 공간이 나치 정권에서 오스트리아의 역할을 탐구하는 박물관이나 전시 공간으로 활용되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어떻게 히틀러가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여야 한다"며 "악의 집이 아니다. 그저 아이가 태어난 집일 뿐이다. 하지만 그 아이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설명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아돌프 히틀러 생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두고 정부 관련 위원회는 "오스트리아가 이 장소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철거해선 안 된다고 권고했다. 그러나 위원회는 이 건물이 히틀러와 계속 연관될 것이라며 박물관으로 사용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결론 내렸다.
결국 정부는 이 건물에 지역 경찰 지휘부를 포함한 경찰서를 설치하기로 했다. 건물 뒤쪽에는 인권 교육 사무실이, 앞쪽에는 재건축된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며, 2000만유로를 들여 2026년까지 경찰이 입주할 수 있도록 공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은퇴한 교사이자 향토 역사가인 플로리안 코탄코는 장애인을 박해한 히틀러의 행적을 고려했을 때 많은 이들이 생가를 장애인 단체를 위한 공간으로 바꾸길 원했다고 말한다.
그는 오히려 경찰서로 변경하는 것이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즉 히틀러의 지지자들이 난동을 피우고 이곳에 체포되는 것을 일종의 '영광'으로 여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히틀러의 생가임을 보여주는 비석은 어떻게 할 것인지도 관심거리였다. 이 비석은 1989년에 마우타우젠 강제 수용소의 부지에서 가져온 돌이다. 그러나 결국 비석만큼은 그대로 남아있게 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비석만 남겨두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지적한다.
브라우나우암인에서 자란 전직 언론인 에블린 돌(56)은 2차대전이 끝난 후 오랫동안 오스트리아인들이 자신들 또한 나치 독일의 희생자라는 인식이 강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오스트리아 역시도 나치 독일에 부역했다는 불편한 역사적 사실을 영원히 감출 수는 없었다. 그는 히틀러 생가가 역사적 진실을 마주하고 관용의 메시지를 나타낼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오스트리아의 영화제작자 귄터 슈바이거는 나치를 강제수용소 같은 공간을 통해서만 기억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그는 "히틀러 생가의 문을 닫고 외관을 바꾸는 것은 진실에 대한 억압의 정치를 계속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고 평범한 도시의 평범한 장소를 상징하는 이 집은 나치가 외부나 '다른 행성'에서 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시애틀 뉴스/핫이슈
한인 뉴스
- [하이킹 정보] 워싱턴주 시애틀산악회 15일 산행
- [하이킹 정보] 워싱턴주 대한산악회 15일 토요산행
- 삼성 이재용, 시애틀서 아마존 CEO만나
- “한인상공인 여러분,그랜트나 대출기회 넘쳐요”
- “22일 베냐로야홀서 무료 공연 즐기세요”
- “전주서 열리는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신청하세요”
- 한인학부모회 미술대회서 리아 최,엠마 양 ‘대상’
- 서북미문인협회 20회 뿌리문학신인작가상 공모한다
- 창발 한인들 참여하는 자선기금마련 테니스대회 개최한다
- “시애틀 한인여러분, 호주와 뉴질랜드여행 어때요?”
- 한국학교서북미협의회, 5개 행사 종합시상식 열어(+화보)
- 이번 주말 제74주년 6ㆍ25 합동기념식 열린다
- 재미대한탁구협회 회장배 대회 열린다(+영상)
- 시애틀 통일골든벨 ‘성공’…김환희군 1등 영광 차지(+영상,화보)
- <속보> 오늘 정부납품 세미나서 한인상공인 위한 플렉스 펀드도 설명
- [신앙칼럼-최인근 목사] 기다림의 미덕(美德)
- 오리건 김성주의원 차남 미 공군사관학교 졸업
- “윤혜성 교장선생님 수고하셨습니다”
- 타코마한인회, KWA‘비지니스 활성화 그랜트신청’돕기로
- 시애틀 한인마켓 주말세일정보(6월 7일~ 6월 10, 6월 13일)
- [하이킹 정보] 워싱턴주 시애틀산악회 8일 토요산행
시애틀 뉴스
- 아마존 시애틀 등 서민주택사업에 14억달러 추가 투자한다
- 올 여름에도 시애틀 '누드비치 공원' 그대로 운영된다
- 삼성 이재용, 시애틀서 아마존 CEO만나
- 시애틀 매리너스 23년만에 디비전 1위 노린다
- "타코마 교차로 위험 알고도 방치해 6명 사망"(영상)
- 애완견 데리고 캐나다 가는 것 어려워진다
- <속보> 지난 주 사망한 유명 워싱턴주 우주인 앤더스 사망원인은 ‘타박상’
- MS-애플-엔비디아 시총 1위 두고 사투…‘시총 삼국지’
- 억울한 살인죄 뒤집어쓰고 23년 복역했지만 "보상은 안돼"
- 시애틀 차이나타운 전 베트남마켓 건물서 화재 발생
- 스타벅스 '단골도 등돌려'...좋은 시절 끝났나
- 시애틀지역 세입자 강제퇴거 소송 빨라진다
- 킹 카운티 홈리스 업무수장 돌연 해고돼 '논란'
뉴스포커스
- "희대의 조작사건" "법치 파괴 공작"…여야, 이재명 추가기소 공방
-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 "17~22일 교수 529명 휴진…54.7% 해당"
- 서울광장 떠나는 이태원 분향소…유가족·시민들 "진상 규명" 한목소리
- '김호중 뺑소니' 택시 기사 "한 달 만에 겨우 연락…운전대 잡을 엄두 안 나"
- 유럽행 고장 나자 오사카행 승객 태웠다…'11시간 지연' 그 비행기 시끌
- 日아사히 "니가타현 역사에 '사도에서 조선인 강제노동' 기록"
- '병원 뺑뺑이'로 위급했던 50대…의료원장이 직접 수술, 생명 구했다
- "60세면 한창 일할 나이죠"…고령화에 '실버 일꾼' 급증
- 의대생 유급 막는다…'1학기 미이수 과목' 2학기에 추가 개설
- 보건노조 "우리가 욕받이냐…예약 취소 업무, 의사가 직접 해라"
- "국민연금도 나누자"…이혼 후 '분할연금' 신청 10년새 6.5배 증가
- 오사카행 티웨이항공 11시간 지연…310명 중 204명 출국 포기
- ‘훈련병 얼차려 사망’ 중대장‧부중대장 피의자 소환조사
- '명품백 의혹' 최초 폭로 기자, 경찰 조사 출석 "디올백 돌려달라"
- 박세리 아빠 '3000억 꿈' 날렸다…'서류 위조' 새만금 레저 사업권 박탈
- "'비서 성폭행' 안희정 8347만원 배상"에 김지은 항소…안희정은 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