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심한 어지럼증 수분 지속…"이 질환 의심하고 병원가야"
- 23-11-19
놀이동산 회전의자 계속 타고 있는 것 같은 느낌
전정신경염 새 발병원인으로 자가면역이상 지목
어지럼증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지만 심하게 겪는 이들은 두려움에 떨기도 한다. 마치 놀이동산 회전의자를 계속 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는 이들도 있다.
심한 어지러움이 수분 이상 지속된다면 반드시 병원 진료로 원인을 따져야 한다는 게 이비인후과 의료진들의 조언이다. 누워 지내고만 있을 일이 아니라는 의미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귀 깊은 곳, 균형을 잡을 수 있게 도와주는 평형 기관이 있다. 이 평형 기관의 전정과 반고리관으로부터 감각을 받아들일 신경이 전정신경이다.
전정신경 등에 염증이 발생해 심한 어지러움과 메스꺼움을 느끼고 균형잡기가 힘들어지는 질환이 '전정신경염'이다.
갑자기 주변이 계속 빙빙 돌거나 물체가 흔들리는 듯한 심한 어지러움이 발생한다.
제대로 걷기 힘들며 메스꺼움과 구토, 오한 등을 동반한다. 마치 놀이동산의 회전의자를 며칠간 계속 타고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이라고 한다.
짧게는 며칠 지나 호전될 수 있고 길게는 수 주에서 수개월간 어지럼이 지속된다.
심현준 의정부을지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에 따르면 의료진이 전정신경염을 진단할 때는 심한 어지러움이 다른 원인으로 인해 발생한 게 아닌지 확인한다.
계속되는 어지러움의 원인은 뇌졸중이나 뇌출혈 같은 뇌혈관 질환일 수 있고, 메니에르병이나 만성 중이염 같은 다른 이비인후과 질환일 수도 있어서다.
심 교수는 "심한 어지러움이 수분 이상 지속된다면 반드시 병원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병 초기에는 눈의 움직임이 진단에 이용된다. 전형적인 전정신경염은 말더듬, 안면 마비, 하지 마비 등 다른 신경 증상이 없다. 진찰만으로도 뇌 질환과 구분할 수 있다.
치료의 경우 발병 초기 급성기에는 어지러움, 메스꺼움, 구토가 심하므로 이를 억제할 진정제 등을 적극 투여한다.
증상이 호전되면 가급적 진정제를 사용하지 않고 걷기와 요가 등 가벼운 활동을 권유한다. 전정재활운동을 병행할 수 있다. 재활운동은 적응훈련과 대치훈련으로 구분된다.
적응훈련은 볼펜 등 물체를 눈높이에 맞추고 상하좌우로 움직이며 바라보는 동작과 물체는 상하좌우로 움직이면서 시선은 반대 방향으로 바라보는 동작이 있다.
대치훈련은 눈을 뜨고 감은 상태에서 고개를 상하좌우로 움직이며 천천히 걷는 동작이다. 균형을 잃고 넘어질 수 있어 손을 뻗으면 잡을 시설물이 가까운 곳에서 해야 한다.
심 교수는 "증상이 나아지면서 신체활동을 빨리 시작하게 되면 몸의 평형 기능의 적응과 회복을 촉진하고 어지러움을 극복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필요 이상으로 오래 진정제를 투여하면 어지러움이 더 오래 이어질 수도 있고 회복기는 환자의 나이와 상태에 따라 최대 수주가 걸리기도 한다고 심 교수는 설명했다.
그러면서 "적절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수개월 이상 어지러움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꾸준한 전정 재활 치료가 회복에 도움을 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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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DB |
전정신경에 염증이 생기는 원인은 불명확했는데 최근 국내 연구진이 새로운 원인으로 '자가면역 이상'을 제시해 눈길을 끈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신경이안과 연구소는 전정신경에 발현된 'GQ1b강글리오사이드 자기항원에 대한 면역반응이 전정신경염의 발생과 연관이 있음을 확인했다.
강글리오사이드 항원은 사람의 전정신경을 포함한 중추신경계와 다양한 뇌신경 전반에 걸쳐 분포해 있다.
항강글리오사이드 항체는 신경세포막 사이 존재하는 강글리오사이드 세포를 공격해 여러 신경학적 증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2019~2023년 급성 어지럼이 발연돼 병원에 내원한 105명의 전정신경염 환자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중, 11%의 환자들은 항강글리오사이드 항체가 양성으로 확인됐으며, 항체가 없는 환자들에 비해 양측 전정신경의 기능이 동시에 손상된 양상이 33%에서 관찰됐다.
치료와 함께 시간이 지나면서 대부분의 환자에서 항체는 음전됐으며 환자들의 전정신경 기능이상도 정상으로 회복되는 것을 연구팀은 관찰했다.
연구의 책임저자인 이선욱 신경과 교수는 "급성 어지럼이 환자에게 막대한 불편감을 끼치는 반면 조기진단은 어려워 환자 개인과 사회에 많은 자원을 고갈시킨다"고 말했다.
또 "어지럼으로 고통받는 환자에게 미약하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임상적으로 자가면역과의 연관성을 확인한 만큼 이를 치료에 적용할 후속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를 미국신경과학회지 '신경학(Neurology)'에 게재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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