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업계 "현 가격대 유지하는데 협조한다"…속내 들여다보니

3분기 영업익 큰 폭 개선에…"기저효과와 해외 수익일 뿐"

 

정부가 농심(004370)을 방문하기 전 삼양식품(003230) 측에도 라면 가격 안정화에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한 차례 제품 가격을 내렸던 라면 제조사들은 현 가격대를 유지하는 선에서 정부에 협조할 방침이다.

당분간은 원부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원가 부담이 커져도 최대한 감내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업체들은 라면 원료인 감자전분과 변성전분 관련 할당관세 적용 연장을 정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삼양식품과 농심에 차례로 물가 안정화 협조를 구했다. 최근 국제 밀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자 추후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는 취지다.

이달 10일 기준 미국 농산물 선물시장인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의 밀 선물가격은 톤당 211달러로 전년보다 29.2% 하락했다. 제분용 밀 수입 가격은 톤당 324달러로 전년 대비 28.6% 가격이 내려갔다.

정부는 고물가 현상에 계속되자 최근 라면을 포함한 가공식품과 외식메뉴 가격을 하루 단위로 점검하고, 물가 관리 전담 부서를 지정하면서 압박에 나섰다. 라면 가격 안정화 요청도 같은 맥락에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요청에 삼양식품은 "제품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농심 역시 현 가격대를 유지하는 선에서 협조하기로 했다. 다른 제조사들 역시 정부의 기조에 따라 당분간 가격을 올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해 이미 한 차례 라면값을 인하한 만큼 추가 인하는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앞서 제조사들은 7월 라면값 인하를 결정했다. 농심은 대표 제품인 신라면 봉지면의 출고가를 4.5% 내렸고, 오뚜기도 라면류 15개 제품 가격을 평균 5% 내렸다. 삼양식품은 12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4.7% 인하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3분기 라면 제조사들의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오른 점에 주목하며 한 차례 가격 인하에도 충분한 수익을 내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의 물가 안정화 정책에 적극 협조할 여력이 생긴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실제 농심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5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3.9% 증가했다. 오뚜기(007310)는 829억원의 영업이익을 남기며 전년 동기 대비 87.6%, 삼양식품은 전년보다 124.7% 오른 43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그간 코로나19 등 대내외 경제 상황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으며 떨어진 실적에 대한 기저효과일 뿐이라는 반응이다. 아울러 감자전분과 변성전분 관련 할당관세 적용 연장을 비롯한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면서 일부 원부자재 가격이 안정화됐지만 설탕 등 여전히 가격이 높은 재료도 있다는 점을 피력했다. 

업계 관계자는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오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간 수익성이 많이 떨어졌던 상황에 대한 기저효과인 데다 해외에서 거둬들인 수익"이라며 "최대한 가격 인상을 자제하는 방안으로 정부의 기조에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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