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좌파는 해충' 발언에…바이든 "나치가 쓰던 언어" 비판

내년 미국 대선에 출사표를 던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 도중 자신을 반대하는 세력을 '해충(vermin)'에 비유하자 조 바이든 대통령이 "나치가 쓰던 언어"라고 비판했다. 연임에 도전하는 바이든 대통령이 내년 선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맞붙게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두 사람이 벌인 설전에 관심이 집중됐다. 

로이터 통신에 바이든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정치 자금 모금 행사에 참석해 "트럼프는 자신에게 반대한 사람들을 '미국의 해충'이라고 언급한 뒤, 백악관 복귀에 성공할 경우 이들을 쓸어버리겠다고 말했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30년대 나치 독일에서 들었던 언어가 떠오른다. 심지어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최근 '미국의 피가 오염되고 있다'고 말했다"며 "나치 독일에서 사용된 것과 같은 문구를 되풀이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재향군인의 날을 맞아 뉴햄프셔주 클레어몬트에서 행한 유세 연설에서 2020년 미 대선이 부정선거였다는 주장을 반복하며 "거짓말과 도둑질을 하고 선거에서 속임수를 쓰는, 우리나라 안에서 해충처럼 사는 공산주의자, 마르크스주의자, 파시스트, 급진 좌파 깡패들을 뿌리 뽑겠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현지 극우 매체 '내셔널 펄스'와 진행한 인터뷰 영상이 공개돼 공분을 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인터뷰 도중 이민자들에 대한 질문을 받자 "이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아무도 모른다"며 "테러리스트"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민자들을 상대로 "우리나라의 피를 오염시키고 있다"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언어가 나치가 사용했던 것과 유사하다는 비판에 대해 캠프 측은 사실이 아니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트럼프 선거 캠프의 스티븐 청 대변인은 지난 13일 공식 입장을 내고 "그런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트럼프 정신착란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돌아오면 자신들의 슬프고 비참한 삶이 짓밟힐 것이기 때문에 무엇이든 붙잡고 있는 '눈송이(snowflake)'와 같다"고 논평했다.

트럼프 정신착란 증후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과 노선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향해 '맹목적인 거부 반응을 보인다'고 비하하는 용어다. 또한 미국에선 쉽게 화를 내거나 지나치게 예민한 이들은 눈송이라고 낮춰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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