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떠라, 일본은 선진국이 아니다"…유니클로 회장의 이유 있는 쓴소리
- 23-11-15
"日 기업, 마치 백미러 보는 것처럼 경영돼"
"전 세계에 진출하고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미래는 없다"
유니클로 창업자 야나이 다다시(柳井正) 패스트리테일링 회장이 "눈을 떠라. 30년 동안 휴면에 빠졌던 일본은 전혀 선진국이 아니다"고 작심 발언했다.
야나이 회장은 지난 13일 보도된 미 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진실을 전해야 할 때라고 쓴소리하며 일본에 퍼지고 있는 장밋빛 경제 전망을 부정했다.
그는 일본 경제를 위태롭게 하는 요소 3가지를 지적했다. △제조업에 대한 건전하지 못한 집착, △비효율적으로 비대해진 기업에 길들여진 노동자들, △징수보다 막대한 부채로 운용되는 예산 등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일본 정부는 예상 세입이 4930억 달러(약 643조700억 원)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8580억 달러(약 1119조 원) 규모의 2023년도 일반 회계 예산을 승인했다. 이때 발행된 신규 국채는 2500억 달러(약 326조 원)에 이른다.
일본의 공공 부채는 이미 국내총생산(GDP) 대비 264%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난 1990년에서 2019년까지 미국의 명목임금이 145% 폭등할 때 일본은 고작 4% 상승하는 데 그쳤으며 생산성으로 따지면 주요 7개국(G7) 중 꼴찌 수준이다.
야나이 회장은 베이징, 상하이에서 일본과 동등한 직위로 일하는 노동자들은 일본보다 "2~3배 많은 보상을 받고 있다"며 "일본 경제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지난 3월 일본 내 패스트 리테일링 직원 8400여 명의 임금을 최대 40% 파격 인상했다. 그럼에도 "아직 낮은 수준이다. 훨씬 더 높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를 향한 지적에도 거침이 없다. "정부와 관료들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대놓고 이야기할 정도다. 그는 일본의 1억2500만 인구가 재앙에 빠지지 않도록 정부가 금리 인상, 지원 수당 삭감, 대대적인 규제 변경 등을 적극적으로 조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나이 회장은 "우리가 전 세계에 진출하고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일본인의 미래는 없다"며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이어 "일본이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늦어지고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현실 감각을 꼬집었다. "일본 기업은 마치 백미러를 보는 것처럼 경영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일본의 스타트업 기업 투자율은 GDP 대비 0.08%에 불과해 미국의 0.64%, 이스라엘 2.61% 등에 비해 뒤처졌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해 2027년까지 일본의 스타트업 수를 10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야나이 회장은 일본 특유의 비즈니스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프로젝트에 대한 의견 수렴이 조용히 이루어진다는 점이나 사전교섭(根回し) 등 소통이 물밑에서 진행되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도쿄의 한 비즈니스 컨설팅 회사에 따르면 "독재자" 유형에 속하는 야나이 회장은 "개성이 없다는 것이 일본의 가장 큰 단점이다. 사람은 스스로 일어서야 한다"고 경고했다.
타임은 "이 같은 야나이 회장의 일침을 오만하다고 비난할 수는 없다"며 그의 자수성가는 투쟁과 극복, 실수, 떨칠 수 없는 자기의심에 시달린 과정 속에 이뤄진 것이라고 짚었다. 이날 표지에 야나이 회장의 모습과 함께 실린 제목은 "그 반역자(The Rebel)"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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