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전 중국 총리, 심장병으로 별세…향년 68세

시진핑 정권 2인자였으나 1인 체제 강화 이후 존재감 옅어져

 

리커창 전 중국 국무원 총리가 27일 별세했다고 중국중앙(CC)TV가 보도했다. 향년 68세.

CCTV는 리 전 총리가 상하이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지난 26일 돌연 심장병을 겪었고, 응급 구조를 위한 최선의 노력에도 결국 27일 0시 10분 상하이에서 숨졌다고 전했다.

CCTV는 추후 부고 기사가 게재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리 전 총리는 2007년부터 제17~19기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을 지냈으며 2013년부터 10년간 총리직을 수행하다가 올해 3월 물러났다.

리 전 총리는 중국 지도부에서 가장 학벌이 좋은 인물 중 하나다. 베이징대 법학과를 나왔고 동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영어도 유창하고, 중국 경제의 맥을 제대로 짚기 위해 일련의 지표들을 채택하기도 했다.

2007년 리 전 총리는 랴오닝성 당서기로 있을 시절 철도 물동량과 전력 소비량, 은행 신규 대출 등 더 세분화된 데이터를 활용해 부풀려진 국내총생산(GDP)을 대체할 지표를 마련하는 등 큰 주목을 받았다.

6년 후 총리에 취임한 그는 단기적 고통을 장기적 이익과 맞바꾸는, 경제 구조조정과 시설투자 촉진을 강조한 '리코노믹스' 정책을 도입했다. 이 정책은 천문학적인 정부 부채와 과도한 인프라 투자로 불균형해진 경제의 구조를 개선하는 게 골자였다.

 

조지 매그너스 옥스퍼드대학 중국센터장은 리 전 총리가 경제 정책이 진보적인 개혁주의 쪽에 가까웠다고 평가했다. 지방 정부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민간 부문이 국영 기업과 동등한 지위를 가져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펼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임기 초중반까지의 이야기다. 2015년 이후 중국에선 경제뿐 아니라 군사, 외교에 이르기까지 수십 개의 위원회와 지도 그룹이 출범하면서 시 주석을 중심으로 권력이 집중됐다.

리 전 총리는 시 주석과 공개적으로 다른 의견을 내면서 점점 소외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이 탈빈곤사회와 공동부유를 강조하며 기업 규제에 나서자 리 총리는 "중국에서는 6억명이 넘는 사람들이 매달 140달러 이하의 수입으로 살아간다"며 현실주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시간이 갈수록 리 전 총리는 명목상의 총리직을 수행하는 데 그쳤고, 시 주석의 정책을 집행하는 데 몰두했다. 전임자였던 주룽지 전 총리가 국가 부문에서 어려운 개혁을 추진하고, 원자바오 전 총리가 정치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과는 다른 행보다. 말년에는 '유령 총리'라는 지적도 받았다.

한편 리 전 총리가 퇴임 당시 고별 인사를 하는 영상이 중국 당국의 검열을 받아 삭제되면서 중국 지도부가 '리커창 지우기'에 나섰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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