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에는 왜 공중화장실이 없을까?

시애틀타임스 경전철 8개 역 르포ⵈ골목길서 해결하는 ‘신사’도


시애틀 일원에 제대로 된 공중화장실이 가뭄에 콩 나듯 드물고, 있는 것들도 너무 더러워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시애틀타임스가 보도했다.

타임스의 두 기자는 최근 노스게이트에서부터 레이니어 비치까지 경전철을 타고 8개 역을 거쳐 가면서 각 역 주변의 공중화장실 실태를 점검한 결과 시민들이 ‘하니 버켓’(간이 이동화장실)이나 인근 공원, 도서관, 또는 업소의 화장실을 찾아다니고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 2021년 개설된 노스게이트 역은 전체 경전철 역 가운데 유일하게 화장실이 갖춰졌지만 밴달리즘(훼손)이 심해 현재 문을 닫고 수리 중이다. 수리가 끝난 뒤엔 사운드 트랜짓 당국이 카메라를 통해 이용자를 식별한 후 부저를 눌러 문을 열어줄 예정이다. 현재 사용 중인 허니 버켓들은 바닥에 화장지와 오물들이 널려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루스벨트 역에서 내린 승객들은 인근 코웬 공원의 화장실을 이용하지만 그날따라 문이 닫혀 있었다. 한 어머니는 1 마일이나 떨어진 커뮤니티센터까지 아기 유모차를 밀면서 가고 있었다. 캐피털힐 역 인근의 칼 앤더슨 공원 화장실에선 청소원 2명이 바닥에 널린 배설물과 토사물을 쓸어내고 있었다. 장갑을 끼고도 안심할 수 없다며 집게로 오물을 치우고 물청소를 하던 이들은 마약사범, 정신질환자, 홈리스 등이 주로 이용하는 공원 화장실일수록 더럽다며 이들이 변기 위에 앉아 잠자거나 마약을 투여하기 일쑤고 주사바늘을 아무데나 버린다고 설명했다.

웨스트레이크에서 수십년을 살아왔다는 한 주민은 신사복을 입은 멀쩡한 사람도 골목에서 소변을 해결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고 말했다. 경전철에서 내린 한 노인은 주변 업소 세 곳을 들어가 화장실 좀 사용하게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한결같이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으로 가라”는 말만 들었다며 마켓 화장실밖엔 대기 줄이 길게 늘어져 있어 “손녀가 쌀 것 같다”고 발을 굴렀다.

레이니어 비치 역의 승객들은 용변이 급할 경우 두 블록 동쪽의 레이니어 비치 도서관까지 걸어가야 한다. 이 도서관은 경전철 승객보다는 홈리스들이 주 고객이다. 매일 정오 쯤 이곳을 들른다는 한 홈리스는 화장실 사용을 거절당할 우려가 없고 생리작용을 해결한 후 컴퓨터를 통해 자신의 관심사들을 탐색해볼 수도 있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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