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편 들어야 하나'…이-팔 학내 대립에 고민 휩싸인 美 대학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대해 일부 하버드대 학생 단체가 지지 성명을 내고, 다시 총장이 학교의 입장은 아니라고 진화에 나서면서 대학이 정치적 발언을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전직 하버드대 총장을 지낸 로렌스 서머스는 9일(현지시간) 대학 지도자들이 내야할 목소리를 내지 않은 것을 비판했다.

하버드 팔레스타인 연대 그룹은 지난 7일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는데 이 성명에는 33개 학생단체가 서명했다. 성명은 "모든 폭력사태에 대한 전적인 책임은 이스라엘 정권에 있다"고 주장했다.

10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그후 전 재무장관을 지낸 서머스 전 총장은 9일 X(전 트위터)에 하버드와 관계를 맺은 지 거의 50년 동안 지금처럼 환멸을 느끼고 고립감을 느낀 적은 없다"면서 학생 연대의 성명과 동반된 하버드의 침묵은 “하버드가 유대 국가 이스라엘에 대한 테러 행위에 대해 나타낼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중립적인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썼다.

이 비판을 반영한 듯 이날 밤 하버드대는 좀 더 강한 목소리를 냈다. 클로딘 게이 하버드대 총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학생들은 스스로 발언할 권리가 있지만 그 어떠한 학생 단체도 하버드대와 그 지도부를 대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마스가 자행한 테러리스트의 잔학행위”를 “끔찍하다”고 비난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캠퍼스 내에서 가장 분열적인 논쟁 중 하나였다. 하지만 대학 자체는 중립적 태도를 견지하고, 되도록 관여하지 않으려 했다.  

시카고 대학은 1967년에 발표한 유명한 선언문에서 대학이 “비평가의 본거지이자 후원자이지 대학 자체가 비평가는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수년 동안 학생들은 경찰의 만행, 지구 온난화, 전쟁과 같은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어 자주 정부에 성공적으로 압력을 가해 왔다.

서머스 전 총장은 한 인터뷰에서도 정치적 분쟁에서 대학의 중립성을 주장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하버드는 다른 많은 문제에 대해 발언함으로써 그러한 특권을 상실했다며 이중적인 태도를 꼬집었다. “하버드 캠퍼스에 우크라이나 국기를 게양할 때, 조지 플로이드 살해에 대해 명확하고 생생하며 강력한 성명을 발표할 때 중립 정책을 추구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라는 것이다.

시카고대학의 톰 긴즈버그 박사는 이번 하버드에서의 논쟁이 "중립의 미덕에 대해 생각해 볼 순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7개 주요 대학을 살펴본 결과 2개를 제외한 모든 대학이 우크라이나에 관한 성명을 발표했지만 "수천 명이 사망하고 200만 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한 1년 전에 시작된 에티오피아 분쟁에 대해 성명을 낸 곳은 어디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중립성을 지키지 못하고 정치적으로 개입하고 있었는데, 그나마 매우 편향적인 개입이었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긴즈버그 박사는 "(정치적) 진술을 피하는 것은 대학이 더 중요한 일에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고 주장했다.

한편 하버드대에서 일어난 혼란은 다른 미국 대학으로도 확산됐다. 플로리다대에서는 친이스라엘 학생들의 집회가, 캘리포니아대(CSU) 롱비치 캠퍼스와 캘리포니아주립대(UC)버클리캠퍼스에는 친팔레스타인 집회가 열렸다. 이후 친 팔레스타인 학생 단체들의 성명이 다수 나오자 대학 총장들은 하마스에게 이 사태의 책임이 있다는 논조의 성명을 발표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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