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노트] 말도 살찌고 나도 살찌는 가을…비만에서 벗어나려면

비만 유병률 계속 증가…'어릴 때 살은 키로 간다'는 말은 거짓말

약물·수술치료도 근본적인 해결 안돼…생활습관 안 바꾸면 도루묵


하늘은 높아지고 말은 살찌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 돌아왔다. 풍요로운 계절이라 말도 살이 찐다는 고사성어가 만들어진 것처럼 우리의 풍채도 비만에 이르지 않도록 무엇보다 관리를 해야 할 시기다. 전문가들은 가을철 비만탈출을 위해서는 식사조절을 통한 칼로리 감소와 함께 적절한 신체활동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9세 이상 남성 비만 유병률은 2011년 35.1%에서 10년 후인 2021년 46.3%로 증가했다.

10대 비만 환자 수도 급증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10~18세까지 비만 및 만성질환 진료 현황을 조사한 결과, 비만으로 진료를 받은 10대 환자 수는 지난해 3207명으로 2018년 1268명 대비 2.5배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비만을 단순한 미용상의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비만은 주요 만성질환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비만인 경우 심근경색증 발생 위험은 정상 체중 대비 4배, 2형 당뇨병은 6배, 뇌졸중은 6배, 고혈압은 12배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정아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인 체질량지수(BMI)가 25kg/㎡이상은 1단계 비만, 30kg/㎡이상은 2단계 비만, 35kg/㎡이상은 고도비만"이라며 "비만은 질병이며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므로 다른 질환의 치료처럼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개별적 특성에 맞는 체중 감량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비만 치료의 기본은 생활습관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약물 치료나 수술적 치료를 하는 경우에도 식사조절과 적절한 신체 활동은 반드시 필요하다.

손기영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체중 관리의 핵심은 섭취하는 칼로리를 줄여 체지방을 줄이는 것"이라며 "체지방 1kg을 칼로리로 환산하면 약 7700kcal 정도인데, 밥 한 공기가 300kcal 정도 되니 매 끼니마다 밥을 반 공기 정도 줄이면 반찬도 함께 줄이게 되므로 하루 약 450kcal의 열량을 줄일 수 있어 대략 2~3주에 1kg의 체지방 감량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70kg 정도 되는 사람이 중등도의 운동을 30분 했을 경우 하루에 겨우 140kcal 정도의 열량만을 소모하게 된다"며 "따라서 음식 섭취량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운동만으로 체중을 줄이겠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손 교수에 따르면 운동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주말에 몰아서 강도 높은 운동을 해도 낮은 강도의 운동을 여러 번 꾸준히 하는 것만큼 효과적이다. 즉 러닝머신에서 일주일에 5번, 30분 동안 중등도 운동을 하면서 땀을 빼는 것만큼 주말에 수영장에서 75분 동안 힘차게 접영을 하는 것도 충분히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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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생활습관 변화만으로 체중 조절이 어려운 경우 보조적으로 약물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체중 감량 효과가 입증된 비만 치료제는 식욕억제제와 지방억제제 등이 쓰인다.

이 교수는 "최근엔 GLP1-유사체가 비만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며 "GLP1-유사체는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는데 식욕은 줄이고 포만감은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어 비만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만 12세 이상이 넘은 고도 비만의 청소년의 경우에도 약물치료가 가능하다. 지방의 일부를 흡수되지 않게 해서 대변으로 배설하게 하는 지방흡수억제제나 식욕억제제 등을 쓴다.

특히 성장기에 있는 소아청소년은 단순히 체중 수치 자체에 집착하기보다는 키 성장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비만한 아이가 운동과 식사 조절을 해도 키가 크게 되면 체지방이 줄어도 체중은 그대로인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체질량지수 변화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또 '어릴 때 통통한 건 키로 간다'는 유언비어도 믿어선 안된다. 이는 질병청도 홍보 자료를 통해 "어릴 때 통통한 것은 키로 가는 게 아니다"라면서 "다만 어른처럼 먹는 양만을 줄이다가는 제대로 된 성장이 되지 않을 위험이 있으므로 양을 줄이기보다는 영양소의 균형을 맞춰 먹는 습관을 들이게끔 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교수는 "아무리 좋은 약과 수술적 치료를 통해 체중 감량에 성공한다고 해도 결국 생활 습관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다시 체중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체중 재증가를 막을 수 있도록 건강하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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