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긴축 발작 '일시적'?…한은 "美 고용, 균형 찾을 것"
- 23-10-07
한은 뉴욕사무소 "미국 내 노동 수급, 점차 균형 찾을 것"
고용 식으면 서비스 물가↓…9월 고용은 과열 양상 '지속'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 것은 연휴 기간 누적된 이슈들이 시장이 열리면서 하루에 한꺼번에 반영하다 보니 일어난 일…어제(4일)의 변동성은 일시적인 현상이다."
지난 4일 미국이 긴축 고삐를 바짝 죄면서 나타난 시장금리·환율 급등 현상에 대해 한국은행은 '일시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실제로 한은 안팎에서는 이번 연휴 직후와 같은 시장 변동성이 계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들려오기도 했다.
한은이 시장 변동성 확대를 일시적이라고 평가한 이유는 우선 미국 등 국제 금융 시장과 달리 우리나라 장이 추석 연휴 기간에는 문을 닫았었기 때문이다. 연휴 기간에 쌓인 압력이 개장 이후 한꺼번에 반영되며 변동성이 유독 커졌다는 평가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지난 5일 출입 기자단 워크숍에서 "어제(4일) 변동성은 연휴 기간 누적된 이슈들이 시장이 열리면서 하루에 한꺼번에 다 반영하다 보니 일어난 일"이라면서 "4일 만큼 변동성이 지속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미국의 고금리가 길어질 가능성을 시장에서 흡수할 수 있는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한은의 평가 이면에는 다른 이유도 엿보인다. 미국이 긴축 고삐를 죈 핵심 이유 중 하나인 미국 내 '뜨거운 고용'이 향후 점차 균형을 찾아갈 것이라는 예상도 이번 금융 발작이 '일시적'이라는 평가를 뒷받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뉴욕사무소가 지난 4일 공개한 '최근 미국 고용동향 점검 및 전망' 동향 분석 보고서를 보면 앞으로 미국의 노동 초과 수요가 완화되고 노동 수급 여건은 점차 균형을 이뤄 갈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돼 있다.
지난해부터 지속된 통화 긴축 효과가 누적되면서 소비, 생산, 투자 등 내수를 중심으로 실물 성장세가 약간 둔화돼 기업의 고용 유인이 약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고용 사정의 개선을 언급하는 기업의 비중이 증가하고 구인 계획도 감소하는 등 노동 수요가 둔화되면서 노동 시장 불균형이 개선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또 "취업자 수 변동에 선행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임시 근로자가 최근 감소세를 지속하는 등 취업자 수 증가세는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내 실업률도 점점 올라 연말에는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장기 전망치인 4% 수준에 다다를 것이라고 사무소는 예상했다. 블룸버그의 실업률 전망 컨센서스는 올해 3분기 3.7%, 4분기 3.9%, 내년 1분기 4.1%로 꾸준히 오를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 상승률 또한 지속적으로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최근 경영 애로 사항으로 노동력 부족을 언급하는 기업이 크게 감소하는 등 노동 수급 불균형이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는 데다 가계의 기대 인플레이션도 하락하면서 임금 상승 압력을 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내 뜨거운 고용이 한결 식으면 연준이 정책금리를 인상할 유인은 작아진다. 최근 미국 내 물가 오름세는 상품보다 서비스가 훨씬 견고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 서비스 가격은 임금·실업률 등 고용 사정과 밀접히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지난 8월 말 잭슨홀 연설에서 물가가 노동 시장의 초과수요와 타이트함에 더 영향을 받고 있으며(more responsive), 물가 상승률을 목표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노동 시장의 완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결국 미국 고용 시장이 균형을 찾으면 연준이 정책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은 낮아지고, 이는 국제 금융 시장에 반영돼 환율과 시장금리를 낮출 여지가 크다.
미국의 노동 수급이 점차 균형을 찾을 거란 예상에 근거하면 최근 연준 인사들의 매파(통화 긴축 선호) 발언에 따른 변동성 확대는 다시 잦아들 여지가 많은 셈이다.
하지만 당장 미국 내 고용은 과열된 양상을 지속하고 있다. 현지시각으로 6일 미 노동부는 9월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33만6000개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17만개)의 2배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이로 인해 연준의 추가 긴축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더욱 깊어지게 됐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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