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무대서 고립된 한국 기자들…해외로 눈돌리면 기회 많아"

[인터뷰] 임보영 퓰리처센터 시니어 매니저

세계 곳곳의 심층·탐사 보도 기자들 지원


"한국은 굉장히 고립돼 있고 한국 기자들은 국제적으로 너무 소극적이에요. 사실 언어의 장벽이 제일 큰 문제인데 그것만 넘으면 기회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들이 엄청 많아요."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만난 임보영 퓰리처센터 시니어 매니저 겸 인공지능(AI) 네트워크 매니저는 해외 언론과 한국 언론의 분위기 차이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그가 근무하는 퓰리처센터는 비영리 저널리즘 단체로 전 세계에 걸쳐 언론인들의 취재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세계 다양한 지역에서 기자들이 제출하는 취재 지원 신청서를 받아보며 임 매니저는 한국 기자들도 국제적 활동에 좀 더 적극적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뉴스1은 지난달 20일(현지시간) 글로벌탐사보도총회(GIJC, Global Investigative Journalism Conference) 참석차 스웨덴 예테보리를 방문한 임 매니저를 만나 한국 언론에는 다소 생소한 퓰리처센터의 활동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더불어 한국인으로는 드물게 국제적인 저널리즘 관련 기관에서 일하는 그에게 다소 냉철하지만 비교적 객관적 시각으로 한국 언론과 기자들에 대한 평을 들어 보았다.

퓰리처센터는 퓰리처상으로 유명한 '조지프 퓰리처' 가문의 후원으로 2006년 설립됐다. 미국 워싱턴 D.C. 있는 본부를 두고 있으며 미국·남아메리카·동남아시아·아프리카 4곳에 지역거점을 운영하고 있다. 같은 인물에서 이름 따와 혼동이 있지만 컬럼비아 대학이 관리를 맡고 있는 퓰리처상과는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센터의 주된 사업 중 하나는 앞서 언급했듯 중요하지만 잘 알려지 않는 주제를 취재하는 세계 곳곳의 언론인들에게 취재 비용을 지원하는 것이다. 중국 신장 위구르 지역의 무슬림 비밀 수용소를 심층취재 해 2021년 퓰리처상 국제보도 부문을 수상한 버즈피드의 기사가 퓰리처센터가 지원한 대표적인 작품 중의 하나다.

언론 취재 지원 사업에 대해 임 매니저는 "투자하는 것"이라며 "언론사들이 광고 수익이 줄어들면서 심층취재를 지양하게 되는데 그 부분의 갭을 저희가 채워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심층·탐사보도가 시간과 비용이 많이 투자되지만, 이런 보도가 사회적으로는 가져오는 효과는 더 클 수 있다며 센터가 여력이 부족한 언론사나 개인·프리랜서 기자들을 지원해 공공의 이익을 확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취재비 지원에 더해 퓰리처센터는 차세대 언론인 육성, 저널리즘 관련 교육 활동을 벌이고 있다. 임 매니저는 센터가 취재지원 사업과 교육사업을 연계해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취재한 보도물을 교육 자료로 재구성해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학생들이 취재 기자를 온오프라인으로 만나게 함으로써 미디어 리터러시를 키우고 글로벌한 시각을 배양한다는 것이다.

센터의 교육 사업은 미국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등지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임 매니저는 최근 콩고민주공화국에서 현지 교육부와 협업해 열대우림 파괴가 지구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을 취재한 보도물을 만화로 제작해 배포했는데 호응이 좋다며 초판에 이어 재판 인쇄를 찍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임 매니저는 취재 지원을 받아 다양한 분야를 보도한 기자들이 취재 이후에도 센터를 중심으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해 사업이 선순환을 이루고 있다고 전했다. 임 매니저는 "지금까지 지원했던 기자가 전 세계에 1300여명이 되고 그중 약 700명 정도가 메일링 리스트에 있다"라며 "다방면의 전문가적인 경험이 있다 보니 여기서 매칭을 시켜서 멘토링도 운영하고 언론과 교육을 활성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임 매니저는 이런 퓰리처센터의 지원사업에 한국 언론에서 지원한 사례가 한 번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국 기자들이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외에도 그는 한국 기자들에 대해 '국제적 무대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전했다. 그는 "제 경험상 한국 기자들은 해외 다른 나라 기자들이 뭘, 어떻게 하고 있는지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다"라며 "너무 한국의 이슈에만 매몰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한국 언론이 보도한 사례 중 인상 깊었던 것들이 많았다며 "기사, 방송, 다큐 등 우리나라 기자, 피디들의 취재보도 중 보석 같은 것, 널리 해외에 알리고 싶은 것은 정말 많고, 더 많은 기사를 더 널리 알려야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임 매니저는 경찰 간부였다가 기자로 전직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경찰대를 졸업하고 5년간 근무를 하다가 2016년 사표를 내고 나와 '뉴스타파'에 입사했다. '뉴스타파'에서 3년여간 기자로 일하다 퇴직한 뒤 지금 직장에서 일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과거의 이력이 계속 소환돼 현재의 자신을 평가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며 다양한 이력을 갖게 된 것도 "운이 좋았던 것"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본 기사의 취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교육 과정의 일환으로 진행됐습니다. 

**퓰리처센터의 취재비 지원 사업과 신청 방법은 센터 홈페이지에 자세히 제시돼 있다. 신청서는 영어로 작성해야 하나 보도물을 꼭 영어로 작성할 필요는 없다. (https://pulitzercenter.org/grants-fellowships/grants-fellowships/tips-writing-successful-pulitzer-center-grant-proposal)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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