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깬 바이든, 국경장벽 추가 건설…트럼프 "내 말이 맞지?"
- 23-10-06
국토안보부 "전 정부 예산이 집행된 것"
멸종위기종법 등 24개 연방법 적용 면제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미국 조 바이든 정부가 약속을 깨고 멕시코 접경 텍사스주(州) 일대에 이민자를 막기 위한 국경 장벽을 추가로 건설하기로 했다. 유관 부처는 "전임 정부의 예산이 집행된 것일 뿐 정책 번복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정책 입안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승리를 주장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미 국토안보부는 텍사스주 스타카운티에 장벽을 건설하기 위해 24개 연방법 적용을 면제한다는 내용의 연방관보를 게재했다. 해당 지역에선 2023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24만5000명 이상의 이민자가 불법으로 입국한 만큼 불법 입국을 막기 위해 물리적 장벽과 도로를 건설이 시급하다는 게 국토안보부의 설명이다.
국토안보부가 적용 면제한 연방법은 청정대기법, 식수안전법, 멸종위기종법 등이다. 장벽 건설 예정지엔 미국과 멕시코를 가르는 리오그란데강 기슭과 국립 야생동물 보호구역 일부가 포함되는데 관련 규제를 완화해 건설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장벽 건설은 이민자 수용을 내건 바이든 정부의 기조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정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1월 취임 첫날 "더 이상 납세자의 세금을 국경 장벽 건설에 전용하지 않겠다"며 이미 배정된 모든 예산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서류미비 이민자들에게 임시체류 신분을 허용하는 포괄적 이민개혁 법안을 의회에 발의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정책이 옳았음을 입증한 셈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그는 이날 소셜미디어에 "수천년 동안 일관되게 작동한 건 바퀴와 벽, 두가지뿐이라고 내가 누누이 말해왔다"며 "이를 실행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 데 대해 조 바이든이 나와 미국에 사과할 것 같냐"고 적었다.
이에 대해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장벽 건설 예산은 전임 정부에서 책정됐다"며 "의회에 예산안 철회를 거듭 요청했지만, 의회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우린 법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국경 장벽과 관련한 정부 차원의 새로운 정책은 없다. 우리 정부는 출범 첫날부터 국경 장벽은 답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백악관에서 '장벽이 효과가 있다고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한 뒤 "장벽을 다른 곳에 재할당해 달라고 (의회에) 요청했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법에 정해진 용처로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내년 대선에서도 이민 문제는 최대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로이터가 입소스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층의 73%는 '이민자들이 기존 미국 시민들의 삶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고 답했다. 민주당 지지층에선 37%가 이에 동의했다.
바이든 정부가 이전에도 이민 정책을 재고하기 시작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때 방역을 이유로 국경 요원이 망명 신청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도 이민자들을 멕시코로 추방할 수 있도록 한 공중보건 명령(타이틀 42)을 엔데믹 전환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했다. 지난 5월 해당 명령이 만료되자 이민자들을 상대로 입국 전 스마트폰 앱에 미리 망명 신청을 예약하도록 하는 엄격한 규칙을 제정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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