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자산 부풀리기' 의혹 관련 재판 출석…"마녀사냥 지속"
- 23-10-03
이례적으로 사기 사건 민사재판에 출석…"마녀사냥 직접 보고 싶었다"
담당 판사 등 원색 비난…뉴욕주 법무장관 "법 위에 있는 사람 아무도 없다"
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뉴욕시 맨해튼 지방법원에서 열린 자신 및 아들들, 회사 등과 관련된 사기대출 의혹에 대한 민사재판에 직접 참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도 됐지만, 자신에 대한 "마녀사냥을 직접 보고 싶어서" 재판에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인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을 통해 "내일(2일) 아침 법정에 가서 제 이름과 명예를 지키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자진 출석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번 재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된 형사재판 4건과는 무관한 별개의 민사 사건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재판과 관련해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한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 및 검찰총장과 자신의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아서 엔고론 맨해튼지방법원 판사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이날 오전 법정에 들어서기 전 취재진과 만나 이번 재판을 "사기(scam)"이자 "엉터리(sham)"라고 규정한 뒤 "역사상 가장 거대한 마녀사냥이 지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우리는 자신의 실제 가치 중 극히 일부만 가치가 있다고 결정한 '불량 판사(rogue judge)를 갖고 있다"고 엔고론 판사를 겨냥했고, "저에 대해 어떤 것도 알기 전에 트럼프를 잡을 것이라는 점을 토대로 (주지사 선거에) 출마한 호러 쇼와 같은 인종차별주의자 법무장관이 있다"고 제임스 법무장관을 비난했다.
그는 "저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 범죄는 저를 향해 저질러지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트럼프'라는 브랜드 가치를 코카콜라와 비교, "저는 위대한 회사를 만들었다. 저는 제 최고의 자산인 브랜드를 장부에 반영하지도 않았다"라고 자산 부풀리기 의혹을 반박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점심 식사를 위해 재판이 휴정됐을 때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재판은 순전히 미국의 선거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의 마녀사냥이다. 완전히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엔고론 판사에 대해 민주당원이자 "공작원(an operative)"이라고 했고,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에 대해선 강력범죄 대신 자신을 뒤쫓고 있다고 직격했다.
레티샤 제임스 미국 뉴욕주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이 2일(현지시간) 뉴욕시 맨해튼지방법원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아들들, 트럼프 그룹 등의 민사 사기 사건과 관련한 재판에 출석하기 앞서 연설을 하고 있다. |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제임스 장관은 이날 재판 시작 전 회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동 피고인들은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사기 행각을 벌였다"며 "법원이 지난주 약식재판에서 이를 입증했다"고 밝혔다. 그는이날부터 시작된 재판에서 배상액이 결정될 것이라고도 했다.
제임스 장관은 이어 "제 메시지는 간단하다. 아무리 권력이 강해도, 아무리 돈이 많아도 법 위에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제임스 장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은행 대출 등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10년 이상 뉴욕의 저택과 최고급 아파트, 빌딩, 영국과 뉴욕의 골프장 등 다수의 자산 가치를 20억 달러(약 2조7000억원) 이상 부풀려 보고했다며 지난해 9월 뉴욕주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제임스 장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자녀들이 뉴욕 기업들의 임원이나 이사로 활동하는 것을 금지하고, 벌금 2억5000만달러(약 3400억원)를 부과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재판결과에 따라선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일가가 뉴욕주에서 사업을 할 권리를 상실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앞서 엔고론 판사는 정식 재판 시작 전인 지난달 26일 약식재판 결정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은행 대출 등을 위해 보유자산 가치를 부풀리는 사기 행각을 벌였다고 일부 혐의를 인정한 바 있다.
약식재판은 법원이 재판 전 절차가 끝난 뒤 중요 사실관계에 있어 다툼이 없고 법률적 판단만 남은 사안에 대해 정식 재판 전에 내리는 결정을 말하는 것으로, 법원이 정식 재판도 하기 전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기를 저질렀다고 판단한 셈이다.
이번 민사 재판은 배심원단 없이 엔고론 판사가 사실관계 판단과 사법적 판단을 모두 내리게 된다. 정식 재판에선 약식재판에서 다루지 않은 쟁점들에 관한 판단이 내려질 예정이다.
이날 첫 일정을 개시한 정식 재판은 오는 12월까지 예정돼 있지만, 이미 엔고론 판사가 핵심 쟁점인 '사기'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린 만큼 그 전에 마무리 될 가능성이 높다고 미 언론들은 보고 있다.
엔고론 판사는 앞서 지난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뉴욕주 보유 부동산에 통제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명령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는 법정 피고석에 앉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모습도 언론에 공개됐다.
엔고론 판사는 이날 재판 시작 후 몇분 간 취재진에 사진 촬영을 허용했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정에서 자신의 변호사들 사이에 앉았으며, 팔짱을 낀 채 화난 표정으로 앉아 원고 측 케빈 월러스 변호사의 발언을 들으면서 때때로 고개를 저었고, 몸을 숙여 변호사들과 속삭이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엔고론 판사와는 대화하지 않았다고 CNN은 전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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